다시 찾은 알프스, 하지만 이번엔 서쪽으로
작년 돌로미티 여행의 여운이 너무 깊었습니다. 여전히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 웅장한 산들의 기억이 생생해서, 올해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 일찌감치 밀라노 왕복 항공권을 예약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은데, 2년 연속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돌로미티는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 여행지이지만 말이죠.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이번에는 알프스 산맥의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로 유럽 최고봉 몽블랑이 있는 곳으로요.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멋진 몽블랑 사진들을 찾아봐도 돌로미티만큼의 감흥을 쉽게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보다는 여름 휴양지로서 알프스 고원지대의 또 다른 풍경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에 대한 로망
약 보름간의 일정 중 실질적인 여행 시간은 12일 정도. 이 정도 시간이면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종주 코스에 도전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전체 165km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을 넘나들며 걷는 이 코스는 전 세계 트레커들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더 늦기 전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과 상의했지만, 결국 서로의 일정을 고려해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프랑스 샤모니를 기점으로 이탈리아의 쿠르마에유(Courmayeur)와 스위스의 트리앙(Trient)을 거쳐 다시 샤모니로 돌아오는 약 165km의 원형 트레킹 코스로, 알프스를 대표하는 몽블랑(4,808m)을 중심에 두고 3개국을 넘나듭니다. 평균 해발 2,500m 안팎의 고개(passes) 10여 곳을 오르내리며 **누적 상승고도만 약 10,000m(10km)**에 달해 도전적이지만, 마을과 산장·대피소가 잘 갖춰져 있어 숙박·식사가 수월하고 일정을 7~11일가량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완주를 목표로 하는 종주자부터 가족 단위의 하이커까지 각자 체력과 시간에 맞게 구간을 선택할 수 있어, ‘알프스 트레킹의 교과서’이자 전 세계 트레커들이 꿈꾸는 버킷리스트 코스로 손꼽힙니다.
전체 일정의 절반은 몽블랑(6박 7일), 나머지 절반은 이탈리아 역사문화 여행(6박 7일)로 균형 있게 구성하기로 한 것이죠.
이번엔 4명이 아니라 3명의 여행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평소 4명 가족 여행에서 둘째 아들이 빠진 3명의 여행이었거든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라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애초에 이번 여행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빠진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며, 다음에는 반드시 함께하자는 약속을 마음에 새기면서 말이죠.
토스카나로의 여정
이탈리아 역사문화 여행지로는 작년에 방문했던 북동부 지역을 제외하고 중부 토스카나 지역을 선택했습니다. 밀라노와 더불어 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 그리고 우리가 ‘토스카나’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풍경이 펼쳐지는 발도르차(Val d’Orcia) 지역입니다.

특히 피렌체는 2008년 캠핑카 여행으로 방문했던 곳이지만(당시 여행기), 이번에는 당시 어린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높이의 시선으로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minjw316/120061671582?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숙소 선택의 아쉬움과 현실적 타협
계획을 세우다 보니 숙소 준비가 늦어졌습니다. 몽블랑에서는 작년 돌로미티에서처럼 산장 숙박을 계획했는데, 이미 유명한 산장들은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락블랑(Lac Blanc) 대피소에서의 일출과 일몰을 경험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샤모니 서쪽 레우슈(Les Houches)의 샬레 엘레나 레지던스를 베이스캠프로 선택했습니다. 렌터카 이용을 고려할 때 중심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한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었죠.
https://www.mgm-hotels-residences.com/en/residence/chalets-elena
피렌체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짧은 방문 시간을 고려하여 주차요금 등 추가부담이 있었음에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레지던스가 아닌 호텔로 정하였고요.
토스카나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농가민박인 아그리투리스모를 염두에 두고 검색한 결과, Tobruk이라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등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본고장이자,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명장면 배경이 된 세계문화유산 발도르차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곳입니다.
아그리투리스모는 이탈리아 정부가 1985년부터 공식적으로 장려해 온 이탈리아 전역의 농가 체험형 숙박으로, 실제 농장을 운영하며 생산한 와인·올리브유·치즈 등을 손님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 농가를 개조한 객실에 머물며 주변 농촌 풍경을 창밖으로 감상하고, 주인장이 차려 주는 제철 재료의 홈메이드 식사, 와인 시음, 올리브 수확 체험, 쿠킹 클래스 같은 소소한 농촌 활동을 즐길 수 있죠. 호텔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서 경험하며 **자연·미식·휴식이 모두 어우러진 ‘살아있는 문화유산’**을 만나는 방식이라, 느린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농촌 관광 숙박 문화입니다
마지막 밀라노에서는 아들의 추가 여행일정의 변동성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할것 같아 일단은 비워두고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의 시작을 앞두고
이동은 이번에도 렌터카를 선택했습니다. 몽블랑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전체 일정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우리 가족의 여행 패턴에는 렌터카가 더 적합했습니다. 허츠 President’s Circle 멤버십의 혜택도 기대하면서요.

이렇게 알프스의 서쪽 끝에서 토스카나까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한 명이 빠진 3명의 여행이었지만, 그 빈자리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더욱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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