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 경로: 레 프라즈(Les Praz) 무료 주차 → (텔레카빈) → 플레제르(Flégère) → (리프트) → 랑덱스(L’Index) → [락블랑 방향 트레킹] → 락블랑 대피소(점심) → [플레제르 방향 트레킹] → 플레제르 → (리프트) → 레 프라즈 하산
이른 아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오전 7시, 알프스에서의 첫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둔 신선한 야채 샐러드와 바삭한 바게트로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몽블랑 지역 탐방의 시작입니다!
오늘의 당초 계획은 몽블랑 지역에서 트레커들에게 사랑받는 “Grand Balcon Sud Trail”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몽블랑을 마주 보고 좌우로 길게 뻗은 이 코스는, 샤모니를 중심으로 남쪽에 우뚝 솟은 몽블랑 산군과 북쪽에 자리한 브레방 산군 사이를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파노라마 트레일입니다. 우리는 동쪽의 플레제르(La Flégère)에서 출발하여 서쪽 플랑프라즈(Planpraz)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오전 8시 40분경, 트레킹의 시작점인 레 프라즈(Les Praz)에 도착했습니다. 샤모니 시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덕분에 곤돌라 탑승장 근처 넓은 공용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매한 5일권 멀티패스 QR코드를 무인발권기에 스캔하여 실물 카드로 교환했습니다. 처음이라 조금 헤매긴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발권을 마쳤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 1,894m의 플레제르(Flégère)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짙은 먹구름과 간간이 흩뿌리는 빗방울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날씨에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계획대로 트레킹을 강행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인가. 비를 맞으며 안개 속을 걷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바로 이어지는 리프트를 타고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랑덱스(L’Index)로 향하는 개방형 리프트는 이미 빗물에 젖어있었습니다. 흐린 날씨와 높아진 고도 탓에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져 급히 배낭 속 경량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하지만 알프스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하더군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거짓말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법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 모두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해발 2,396m의 랑덱스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트레킹 첫날부터 날씨 때문에 고생할 뻔했는데, 오히려 비 온 뒤 더욱 청명해진 알프스의 속살을 마주하게 되다니!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파노라마에 압도되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자연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습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다시 내려가 원래 계획했던 Grand Balcon Sud Trail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돌아나가는 락블랑 트레킹 코스로 변경할 것인가. 우리는 주저 없이 락블랑 트레킹을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이번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고, 이미 랑덱스까지 올라왔으니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죠.
락블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경사가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크고 작은 돌들이 널려있는 너덜길이 많아 발목에 꽤나 무리가 갔습니다. 트레킹 첫날이라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요, 나중에서야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험한 길을 걷는 동안 가끔씩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수줍게 인사하는 야생 동물 ‘마못’ 가족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점심 무렵, 드디어 락블랑 대피소(Refuge du Lac Blanc, 해발 2,352m)에 도착했습니다. 몽블랑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숙박을 알아봤던 곳이었지만, 3개월 전에도 이미 만실이라 아쉽게 포기했던 곳입니다.
대피소 주변은 이미 많은 트레커들로 북적였습니다. 뚜르드몽블랑(TMB) 종주를 하는 한국인 단체 팀도 만날 수 있었는데, 이곳은 TMB 공식 루트는 아니지만 워낙 유명한 명소라 일부러 들렀다고 하더군요.

산장 테라스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샐러드, 스프류, 그리고 에스프레스 등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연한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만들더군요.
우리는 산장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샐러드와 따뜻한 수프, 그리고 에스프레소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조금은 아쉽게도 이탈리아에서 먹은 에스프레소가 자꾸 생각이 나더군요. 바로 국경을 맛대고 있는데 이렇게 다르다니.




식사 후, 대피소 바로 옆에 위치한 락블랑 호수를 감상했습니다. 바람이 없는 날이면 호수 수면에 몽블랑 산군이 데칼코마니처럼 비치는 반영이 환상적인 곳으로 유명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바람이 불어 완벽한 반영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쁠 것 없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호숫가에 앉아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며 이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궂은 날씨가 맑게 개어 우리를 반겨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으니까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플레제르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마주치는 작은 웅덩이들도 푸른 하늘과 산을 담아내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하산 도중에는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는 야생 산양 ‘아이벡스(Ibex)’ 무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트레커들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이 신비로운 동물들을 관찰하며 감탄했습니다.

드디어 출발지로 내려가는 곤돌라 승강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트레킹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거친 돌길을 걷느라 발목에 꽤나 무리가 갔던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랐어도,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 락블랑 트레킹은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두웠던 하늘이 쾌청하게 개어준 덕분에 몽블랑 지역 최고의 전망을 만끽했고, 알프스를 상징하는 마못과 아이벡스도 만날 수 있었던 행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주차된 차에 오르니 아직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우리는 또 다른 멋진 곳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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