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1] 발도르차의 전원을 뒤로하고 도착한 패션의 성지, 밀라노 입성기

평화로운 발도르차의 구릉지대를 떠나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밀라노로 향하는 날이 밝았습니다. 정들었던 ‘토브룩(Tobruk)’ 농가민박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맞이하며,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체크아웃을 마쳤습니다.

1. 긴 여정의 쉼표, 피렌체 더 몰(The Mall) 아울렛

발도르차에서 밀라노까지는 약 350km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여정입니다. 한 번에 주파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중간 기착지를 고민하다가, 마침 피렌체를 지나는 경로라 ‘더 몰(The Mall)’ 아울렛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명품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유명 아울렛이라 기대를 품고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브랜드 라인업이 아주 다양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내를 위한 작은 크로스백 하나를 기분 좋게 득템하며 짧은 쇼핑을 마무리했습니다.

이곳은 유명세만큼이나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 인기 브랜드 입장을 위해 줄을 서야 하거나 텍스 리펀 절차가 붐빌 수 있습니다. 저희처럼 장거리 이동 중에 들르는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방문하는 편이 시간을 절약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2. 밀라노의 독특한 숙소 운영 방식, Milan Royal Suites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드디어 밀라노에 입성했습니다. 이번에도 피렌체와 마찬가지로 도심의 아침저녁 풍경을 오롯이 즐기고 싶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Milan Royal Suites – Centro’를 숙소로 정했습니다. 가성비와 위치, 그리고 3인 투숙 가능 여부만 보고 결정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조금 독특한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Milan Royal Suites는 일반적인 호텔처럼 한 건물에 모든 객실과 리셉션이 모여 있는 형태가 아니라, 밀라노 전역의 고급 아파트들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 관리하는 ‘분산형 서비스 아파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객실이 위치한 각 건물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투숙객은 체크인 전 반드시 관리자와 미리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도착 시간을 확정해야 합니다.

현장 리셉션 대신 관리자가 약속된 시간에 맞춰 해당 숙소 앞으로 마중을 나오는 ‘Meet & Greet’ 방식으로 체크인이 진행되는데, 이동 중 수시로 예상 도착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덕분에 현지 고급 주택가에 거주하는 듯한 프라이빗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3. 초보 운전자의 최대 난관, 밀라노 ZTL(Area C) 완벽 이해하기

밀라노에 진입하며 가장 긴장했던 부분은 역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진입제한구역인 Area C였습니다. 밀라노의 ZTL은 크게 Area B와 Area C로 나뉘는데, 관광객이 주로 가는 중심부는 대부분 Area C에 해당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진입 금지 구역이 아니라 ‘혼잡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 운영 시간: 보통 평일(월~금) 07:30~19:30 사이에 운영되며, 주말과 공휴일은 대체로 무료입니다. (단, 이벤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진입 전 표지판 확인은 필수입니다.)
  • 비용 및 구입: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진입 시마다 약 7.50유로 내외의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티켓은 시내 편의점(Tabacchi), ATM기, 혹은 온라인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숙소 인근의 ‘Buonaparte Parking’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주유를 마친 뒤 시내로 들어서자 ZTL 안내판과 함께 단속 카메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긴장이 극에 달했습니다. 내비게이션마저 좁은 골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시내를 서너 바퀴나 돌고 나서야 간신히 주차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퉁명스러운 인도계 관리인으로부터 키오스크에서 티켓을 사서 등록하면 된다는 짧은 설명을 들었을 땐 이미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죠.

4. 고단함을 잊게 만든 밀라노의 첫 저녁

다행히 주차를 마친 뒤 캐리어를 끌고 5분 정도 걸어가니, 약속 시간을 잘 지켜준 관리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복층 구조의 도심 속 아파트는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지친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터라 저녁 산책을 나가기 전, 근처 ‘에셀룽가(Esselunga)’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든든하게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7월의 이탈리아는 밤 9시가 되어야 비로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낮 시간이 길다 보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하루를 두 번 사는 듯한 활력을 얻게 됩니다. 저희는 이제 밀라노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5. 밀라노의 거실, 비토리오 에마뉴엘 2세 갤러리아

숙소를 나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밀라노의 거실’이라 불리는 비토리오 에마뉴엘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입니다. 대성당 광장으로 이어지는 이 화려한 쇼핑 아케이드는 19세기에 지어진 유리 돔 천장과 바닥의 정교한 모자이크 장식으로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올려다본 유리 돔은 저녁의 푸른 빛을 머금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바닥에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황소자리 모자이크가 있는데, 뒤꿈치로 황소의 특정 부위를 밟고 세 바퀴를 돌면 다시 밀라노에 올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저희도 잠시 줄을 서서 그 즐거운 의식에 동참해 보았습니다.

6. 빛나는 고딕의 정수, 밀라노 대성당의 밤

갤러리아를 통과해 광장으로 나서는 순간 마주한 밀라노 대성당(Duomo)은 그 화려함의 차원이 달랐습니다. 600여 년의 세월을 담아낸 이 거대한 건축물은 이탈리아에서 보기 드문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성당을 감싸고 있는 칸돌리아(Candoglia) 대리석은 조명을 받았을 때 특유의 우윳빛과 은은한 분홍빛을 동시에 내뿜으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당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135개의 첨탑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3,400여 개의 조각상입니다. 마치 대리석으로 빚은 레이스처럼 정교하게 얽힌 모습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정면의 거대한 청동문과 가장 높은 곳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돈니나(Madonnina, 성모 마리아상)는 밀라노의 자부심 그 자체였습니다. 밤의 두오모는 조명이 각 조각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낮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압도했습니다.

7. 이탈리아 도시 설계의 정수: 광장, 두오모, 그리고 개선문

대성당과 갤러리아를 한눈에 마주하고 나니, 문득 피렌체에서 느꼈던 익숙한 구도가 떠올랐습니다.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장엄한 대성당이 있고, 그 옆으로 개선문처럼 생긴 거대한 건축물이 서 있는 게 왠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궁금해서 조금 찾아보니 이게 다 이탈리아 도시 설계의 오랜 공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배치는 아주 오래전 고대 로마 시대의 광장이었던 ‘포룸(Forum)’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신전 자리에 대성당이 들어서고, 승리를 기념하던 개선문이 도시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건물들로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죠. 피렌체 공화국 광장에서 봤던 거대한 아치처럼, 밀라노 역시 대성당 옆에 개선문을 닮은 갤러리아 입구를 세워두어 종교적인 신성함과 국가의 자부심이 조화를 이루게 한 셈입니다.

특히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에 이런 디자인이 더 강조되었다고 해요. 성당의 위엄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당당한 인간의 활력을 보여주고 싶어 의도적으로 거대한 입구를 설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광장의 풍경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수백 년 전의 신앙과 근대의 자긍심이 서로 마주 보며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광장의 풍경, 미리 조금 공부하고 가니 훨씬 더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8. 스파클링 와인 한 잔과 스포르체스코 성의 밤공기

대성당의 전율을 뒤로하고 스포르체스코 성으로 향하는 길, 밀라노의 밤을 조금 더 깊게 즐기기 위해 Signorvino에 들렀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탈리아 전역의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곁들이며 잠시 쉬어갔습니다.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가족과 나누는 와인 한 잔은 긴 이동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기분 좋은 취기를 안고 도착한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과거 밀라노를 통치했던 스포르차 가문의 권세를 상징하는 이 성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방어 시설 설계에 참여했다는 역사적 배경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전해줍니다. 거대한 성벽과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밀라노의 고즈넉한 밤공기를 만끽한 뒤 숙소로 귀가했습니다.

9. 여행자를 위한 마지막 미션: ZTL 티켓 활성화와 지출 기록

귀가 후에는 내일의 하이라이트인 대성당 내부 관람권을 예약하고, 가장 중요한 미션인 ZTL 등록증 활성화 작업을 마쳤습니다. 밀라노 운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티켓 구매가 아니라 활성화(Activation)입니다.

  • 활성화 방법: 공식 사이트(Area C Milano)에 접속해 구매한 티켓의 PIN 번호와 차량 번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진입 후 24시간 이내에 마쳐야 하니 즉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벌금 주의: 저희 역시 귀국 후 몇 달 뒤 위반 메일을 받았지만, 당시 등록 후 캡처해두었던 확인증 덕분에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증은 반드시 사진이나 PDF로 남겨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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