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여행기를 정리하다 보니, 지난여름 다녀왔던 2024년 7월의 돌로미티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시간은 좀 지났지만, 치열하게 준비했고 그만큼 강렬했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다시 기록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성인 4명(부부와 두 아들)이 렌트카 하나로 돌로미티의 험준한 고개를 넘나들었던 14일간의 기록입니다.
1. 여행지의 변경: 도시에서 자연으로
애초의 계획은 동유럽이었습니다. 뮌헨으로 입국해 헝가리, 폴란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도는 렌트카 여행을 구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세부 일정을 짜던 중 우연히 접한 돌로미티의 사진 몇 장이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시의 건축물과 역사도 훌륭하지만, 압도적인 대자연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결국 가족 회의 끝에 ‘관광’ 위주의 동유럽 일정을 취소하고, ‘트레킹’ 위주의 돌로미티 일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그때부터 진짜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2. 돌로미티 계획의 난관
돌로미티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 까다로운 곳입니다. 단순히 점(Point)을 찍고 이동하는 도시 여행과 달리, 산과 산을 잇는 선(Line)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수많은 트레킹 코스 중 우리 가족의 체력에 맞는 곳은 어디인가?
- 트레킹의 시작점(In)과 끝점(Out)이 다른 경우 차량 회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리프트와 케이블카의 운행 시간은?
정보의 바다를 헤매다 발견한 선구자들의 블로그와 지역별 공식 홈페이지 덕분에 퍼즐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15일 일정 중 핵심인 8박 9일을 온전히 돌로미티에 쏟아붓는 일정이 완성되었습니다.


3. 핵심 지역 선정과 루트
돌로미티는 크게 9개 지역으로 나뉘지만, 짧은 일정에 모든 곳을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지역을 동쪽에서 서쪽, 그리고 남쪽으로 훑어 내려오는 동선을 짰습니다.

- 동부 (코르티나 담페초): 돌로미티의 상징 트레치메(Tre Cime)와 호수들, 그리고 역사의 현장 라가주오이.

- 서부 (발 가르데나/알페 디 시우시): 광활한 고원과 날카로운 세체다(Seceda)의 능선, 목가적인 풍경.


- 남부 (발 디 파사): 사소룽고와 마르몰라다 등 웅장한 암벽 산군.
4. 숙소 전략: 산장(Rifugio)과 베이스캠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산장 숙박’이었습니다. 호텔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대신, 산 위에서만 볼 수 있는 일출과 일몰을 택했습니다.
- 라가주오이 산장 (Rifugio Lagazuoi): 예약 전쟁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2달 전 예약 시도 끝에 4인실은 실패하고 도미토리를 겨우 잡았습니다. 해발 2,752m에서의 하룻밤은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 볼짜노 산장 (Rifugio Bolzano): 알페 디 시우시 고원 안쪽, 스칠리아르 산군 정상에 위치합니다. 이곳 역시 도미토리였지만, 산속 깊은 곳의 고요함은 특별했습니다.

중반부(5~8일차)에는 셀바(Selva) 지역의 레지던스를 베이스캠프 삼아 3박 4일간 머물며, 현지 식재료로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5. 이동 수단: 왜 렌트카인가?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는 하나, 4인 가족에게는 렌트카가 합리적이었습니다.
- 시간 효율: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트레킹 포인트를 돌아봐야 했습니다.
- 짐 보관: 트레킹 장비와 여행 가방을 싣고 다니며, 트레킹 시작점까지 바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 날씨 대응: 산간 지역의 급변하는 날씨에 맞춰 유연하게 일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수기 주차난은 피할 수 없는 숙제였지만, ‘새벽 기상’으로 이를 극복하기로 했습니다.
6. 전체 일정 요약 (8박 9일 돌로미티 구간)
우리의 일정은 매일이 ‘걷기’의 연속이었습니다.
- 1~2일차: 뮌헨 → 브라이에스 호수, 프라토피아짜, 트레치메, 라가주오이 산장(1박)
- 3~4일차: 친퀘토리, 아르멘타라, 그란 치르 일출, 알페 디 시우시 횡단 → 볼짜노 산장(1박)
- 5~6일차: 알페 디 시우시 역횡단, 세체다, 발 디 푸네스(아돌프 뭉켈)
- 7~9일차: 사소룽고/사소피아토 종주(17km), 바요렛 타워, 마르몰라다 정상 → 베네치아로 이동

계획은 완벽해 보였지만, 실제 여행은 늘 변수의 연속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순간들과, 그 과정에서 마주한 돌로미티의 민낯을 가감 없이 기록해보려 합니다.

인생 2막, 부부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DAY0] 2025년 몽블랑과 이탈리아 여행 프롤로그](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0258-1.jpg)
![[DAY1] 고대로마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 아오스타(Aosta)](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9878.jpg)
![[DAY1] 몽블랑 터널, 유럽의 가장 비싼 길을 지나 레우슈로](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9919.jpg)
![[DAY2] 몽블랑의 품에 안겨, 뜻밖의 선물 같았던 락블랑 트레킹](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12/IMG_9978.jpg)
![[DAY02] 고즈넉한 부촌 메쩨브(Megève)와 알프스 장보기(인터마르쉐)](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12/IMG_011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