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1] 뮌헨에서 돌로미티로: 알프스를 넘는 309km의 여정

뮌헨에서의 하룻밤: 효율성을 위한 선택

동유럽에서 돌로미티로 여행의 목적지가 변경되었지만, 항공편의 기착지인 뮌헨(Munich)은 그대로였습니다. 사실 돌로미티 여행의 가장 이상적인 진입점은 베네치아(약 180km 거리)지만, 이미 발권된 항공권을 취소할 수는 없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을 아쉬워하기보다, 309km(약 4.5시간)라는 이동 거리를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뮌헨 공항 도착. 다음 날 아침 8시부터 시작될 강행군을 위해 공항 내 ‘힐튼 뮌헨 에어포트’를 숙소로 정했습니다. 인근의 노보텔이나 NH 호텔이 가성비는 더 훌륭할지 모르나, 터미널과 바로 연결되는 힐튼의 접근성은 ‘시간과 체력’을 돈으로 사는 가장 확실한 투자였습니다.

a bed with white sheets and pillows

a restaurant with plants from the ceiling

렌트카 픽업: 유럽의 실용주의를 만나다

이튿날 아침, 예약해 둔 포드 몬데오 대신 시트로엥 C5를 인도받았습니다. 유럽 렌트카 여행에서 예약한 차종과 다른 동급 차량(Or Similar)을 받는 건 흔한 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인들의 ‘왜건(Wagon)’ 사랑입니다. 세단의 승차감에 SUV 수준의 적재 공간을 갖춘 왜건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자동차 문화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실제로 받은 시트로엥 C5 역시 캐리어 3개와 배낭 4개를 거뜬히 삼키며, 성인 4명이 탑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통과: 무료와 유료 사이, 도로 정책의 차이

뮌헨에서 돌로미티로 향하는 길은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 도로 정책을 체험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아우토반이 ‘통행료 무료’라는 복지적 성격이 강하다면, 오스트리아는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따릅니다. 바로 ‘비넷(Vignette)’ 제도입니다.

비넷 구매

과거에는 최소 10일권부터 시작했지만, 최근 여행자 편의를 위해 1일권(약 9.30유로)이 도입되었습니다. 저희처럼 단순 통과가 목적인 여행객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지입니다. 휴게소 구매도 가능하지만, 온라인으로 미리 등록하면 앞유리에 스티커를 붙이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a sign outside of a restaurant

브레너 패스(Brenner Pass): 괴테가 넘었던 역사의 길

비넷이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인스브루크에서 이탈리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브레너 고속도로(A13)’는 별도의 통행료(12유로)를 징수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도로가 아닙니다. 해발 1,370m의 브레너 고개는 알프스의 주요 고개 중 가장 낮아, 로마 시대부터 북유럽과 이탈리아를 잇는 핵심 교역로였습니다.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을 쓰기 위해 넘었던 이 길을, 이제는 거대한 교량과 터널 기술 덕분에 시속 100km로 편안하게 주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디지털 통행료를 미리 결제하면 전용 차로로 통과하는 ‘시간 절약’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a map of a city

이탈리아 진입: 국경이 만든 이중적 풍경

오스트리아를 벗어나 이탈리아 요금소(Telepass)를 통과하자 도로 표지판이 달라집니다. 흥미로운 건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도착한 도비아코(Dobiaco, 독일어로 Toblach)가 속한 남티롤(Südtirol/Alto Adige) 지역은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토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로 이탈리아에 귀속되었지만, 여전히 주민의 70% 이상이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합니다. ‘이탈리아인 듯 이탈리아 아닌’ 이 독특한 문화적 이질감은 돌로미티 여행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a car driving on a highway

오후 2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도움으로 피로감 없이 도비아코에 도착했습니다. 5시간의 이동 끝에 마주한 알프스의 장관은, 긴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국경을 넘어, 본격적인 돌로미티 탐험이 시작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에메랄드빛 브라이에스 호수와 프라토피아짜 평원 트레킹 기록을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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