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샐러드와 바게뜨로 여유로운 아침식사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니나 다를까 왼쪽 발목 통증이 어제보다 조금 더 심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한 트레킹을 자제하고 동선을 최소화하는 ‘적극적 휴식’이 필요한 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머물고 있는 마을 ‘레우슈(Les Houches)’를 기점으로, 몽블랑 산군의 서쪽 지역을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는 코스를 짰습니다. 케이블카와 산악 열차(몽블랑트램웨이)를 주로 이용하는 ‘무릎과 발목에 친절한’ 코스입니다.
- 코스: 레우슈 >> 벨뷔(Bellevue) 케이블카 >> 몽블랑 트램웨이 >> 몽 라샤(Mont Lachat) >> 콜 드 보자(Col de Voza) >> 르 프라리옹(Le Prarion) >> 곤돌라 하산

아침 식사는 숙소 옆 빵집에서 갓 구운 바게트를 사 와서 해결했습니다. 그저께 ‘인터마르쉐(Intermarché)’ 마트에서 장을 봐둔 샐러드와 햄을 곁들였는데요.
재미있는 건, 제가 그동안 ‘프로슈토’인 줄 알고 먹었던 이 햄의 정체가 영수증을 다시 보니 ‘비앙드 데 그리종(Viande des Grisons)’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탈리아의 프로슈토(돼지고기)와 달리, 이건 스위스 그라우뷘덴 지방에서 유래한 ‘말린 소고기’라고 하네요.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바게트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여행 중 햄의 종류도 하나씩 배워갑니다.


2. 벨뷔(Bellevue)로 향하는 길
오전 8시 30분, 레우슈에서 ‘벨뷔(Bellevue, 1,801m)’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습니다. 거의 첫차 시간대였는데도 부지런한 여행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전망(Beautiful View)’이라는 이름(Bellevue) 답게, 올라가는 내내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3. 클래식한 낭만, 몽블랑 트램웨이 (TMB)
벨뷔 역에 도착하여 동쪽 ‘몽 라샤(Mont Lachat)’ 방향으로 이동하는 트램을 기다렸습니다. 원래는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거리지만, 오늘은 발목 보호를 위해 철저히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몽블랑 트램웨이(Tramway du Mont Blanc)’가 들어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리는 이 톱니바퀴 열차는 차량마다 ‘안느(Anne)’, ‘잔느(Jeanne)’, ‘마리(Marie)’ 같은 딸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탄 기차의 이름은 ‘마르그리트(Marguerite)’였습니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이름이 없었던 막내딸의 이름을 따서 최근(2022년)에 도입된 신형 열차라고 하네요. 운 좋게 새 기차를 타게 되어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샤모니 지역의 케이블카와 열차 시간표는 전용 스마트폰 앱(Chamonix App)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용했습니다. 덕분에 대기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었죠.

몽라샷으로 가는 트램은 우리가족이 전세를 낸것 마냥 자리 여유가 있습니다。

4. 몽 라샤(Mont Lachat)의 마못 가족
전세를 낸 듯 텅 빈 트램을 타고 10분 남짓 달리니 금세 몽 라샤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니 데글로 이어지는 철길과 작업 차량들이 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높이 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서 만족해야겠죠.


대신 이곳에서 아주 귀여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알프스의 마스코트 ‘마못(Marmot)’ 가족입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구멍을 들락날락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다가도, 가끔은 두 발로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이해 못 할 그들만의 중요한 일과가 있는 거겠죠?

5. 롤러코스터 같은 하산길 (몽 라샤 >> 콜 드 보자)
마못 가족과의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 가족을 다시 태워줄 하행선 트램이 도착했습니다. 이제 몽 라샤(2,077m)에서 콜 드 보자(1,653m)로 내려가는 구간입니다.


기차에 올라 창밖을 내려다보니, 내려가는 경사가 정말 어마무시합니다. 일반 열차라면 엄두도 못 낼 각도인데, 이 트램이 왜 레일 사이에 톱니바퀴가 있는 ‘랙 레일(Rack Railway)’ 방식을 쓰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더군요. 찾아보니 이 구간의 최대 경사각이 무려 24~25%에 달한다고 합니다. 거의 스키장 상급자 슬로프를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랄까요?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뷰도 예술입니다.
방향상 몽블랑 산군의 북면에서 서북쪽을 바라보며 내려가게 되는데, 웅장한 설산의 옆모습에서 점차 초록빛이 완연한 산악 마을의 풍경으로 시야가 드라마틱하게 바뀝니다

6. 알프스의 목가적인 풍경, 프라리옹 (Le Prarion)
오전 9시 20분, ‘콜 드 보자(Col de Voza)’ 역에서 하차했습니다. 트램은 여기서 셍 제르베(Saint-Gervais) 마을 쪽으로 급격히 꺾어 내려가기 때문에, 우리의 목적지인 프라리옹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 걸어야 합니다.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발목 보호대도 다시 체크한 후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풍경은 지난 이틀간 봤던 거친 몽블랑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치 작년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에서 만났던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처럼, 완만하고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아주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뾰족한 암봉 대신 둥글둥글한 능선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니, 신기하게도 발목 통증이 씻은 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7. 테트 뒤 프라리옹(Tête du Prarion) 파노라마
이 분위기에 취해 우리 부부는 결국 욕심을 냈습니다. 역 근처에서 패러글라이딩 구경을 하겠다는 아들을 남겨두고, 정상인 ‘테트 뒤 프라리옹(Tête du Prarion, 1,969m)’까지 올라가기로 한 것이죠.

생각보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정상의 오리엔테이션 테이블(전망 안내판) 앞에 서니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가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한쪽에는 몽블랑의 웅장한 비오나세 빙하(Glacier de Bionnassay)가, 반대쪽에는 평화로운 초록 마을이 펼쳐진 대조적인 풍경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다시 프라리옹 정거장으로 돌아와 곤돌라를 타고 하산했습니다. 레우슈 서쪽 승강장에 내려 숙소로 걸어오니 딱 점심 무렵. 비록 몸은 쉬어가려 했지만, 눈과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꽉 찬 힐링의 오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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