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4] 샤모니의 숨겨진 비경 디오사즈 계곡

1. 재충전의 시간

오전 ‘레우슈 & 몽블랑 트램웨이’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스파게티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여행도 중반을 넘어가니 체력 관리가 필수죠. 피로 회복 차원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겼습니다. 짧은 잠이었지만 컨디션이 꽤 회복되더군요.

2. 숨겨진 비경을 찾아서: 디오사즈 계곡 (Gorges de la Diosaz)

오후 일정은 멀리 가지 않고 주변의 명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알프스에 비가 좀 내렸으니 수량이 풍부할 테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일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폭풍 구글링 끝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레우슈 옆 마을인 ‘세르보(Servoz)’에 위치한 ‘디오사즈 계곡(Gorges de la Diosaz)’입니다.

  • 입장료: 성인 1인당 7.50유로 (관리 상태를 보면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입니다.)
  • 위치: Servoz (레우슈에서 차로 약 10~15분 거리)
  • 특징: 1875년부터 일반에 개방된 역사 깊은 명소로, 프랑스에서 보기 드물게 국가가 아닌 **민간(개인)**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자연 관광지입니다.

3. 굉음과 물보라의 향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았습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살의 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빙하 녹은 물과 빗물이 합쳐져 엄청난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절벽에 매달린 데크길’입니다. 가파른 협곡의 암벽을 따라 나무 데크(Footbridge)가 아주 견고하게 설치되어 있는데, 덕분에 거친 계곡의 한가운데를 걷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협곡의 폭은 좁아지고, 폭포 소리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웅장해집니다.

4. 40분의 트레킹, 그리고 선물

대략 40여 분 정도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면 현재 개방된 구간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계속해서 길을 개척하고 보수하는 중이라고 하네요.) 저 멀리 계곡 깊숙한 곳에서 희뿌연 물보라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신선이 살 것 같은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둘째 아들이 생각나 입구 샵에서 작은 기념품도 하나 샀습니다.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알프스의 시원한 기운이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5. 인터마르쉐 장보기: 사보아 와인과 티본스테이크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죠. ‘인터마르쉐(Intermarché)’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습니다.

  • 쇼핑 리스트: 내일 아침 마실 오렌지 주스(Innocent), 당 충전용 초코 빵(Torsade Choc), 샐러드용 오이와 채소, 그리고 감자(PDT Agata).
  • 오늘의 와인: 프랑스 사보아(Savoie) 지역의 토착 품종인 ‘몽데즈(Mondeuse)’ 와인(Arbin Mondeuse)을 골랐습니다. 이 지역에 왔으니 지역 와인을 마셔봐야죠!

6. 완벽한 마무리: 오븐 스테이크 디너

오늘 저녁 메뉴는 역시 고기, 그중에서도 대망의 스테이크입니다. 숙소에 오븐이 구비되어 있는 덕분에, 오늘은 팬에서 겉면을 바삭하게 익힌 뒤 오븐에 넣어 속까지 촉촉하게 익히는 방식으로 풍미를 한껏 살려보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두 가지입니다. 등심과 안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큼지막한 티본(T-Bone) 스테이크, 그리고 둥근 모양의 안심 스테이크인 ‘투르네도(Tournedos)’입니다.

투르네도 테두리에 특이하게 하얀색 껍질 같은 것이 둘러져 있는 게 보이시나요? 이건 지방이 적은 안심 부위가 구울 때 마르는 것을 막고 고소한 풍미를 더하기 위해 얇은 지방으로 감싸놓은 것으로, 프랑스 정육 방식인 ‘바딩(Barding)’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퍽퍽하지 않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일 고기를 굽다 보니 이제 굽기 조절에도 제법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네요. 육즙 가득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거친 알프스의 자연을 닮은 사보아 와인(Mondeuse) 한 잔, 그리고 창밖으로 깊어가는 샤모니의 밤.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4일 차의 마무리였습니다.

T본 스테이크(왼쪽)과 투르네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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