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1[돌로미티]: 도비아코를 거친 후 브라이에스호수(Braies) 탐방

뮌헨에서 309km, 약 5시간을 달려 드디어 돌로미티의 관문인 도비아코(Dobbiaco)에 도착했습니다. 독일어로는 토블라흐(Toblach)라고 불리는 이곳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문화가 묘하게 섞인 남티롤의 매력을 간직한 곳입니다.

1. 이탈리아에서의 첫 식사: 피제리아 한스 (Pizzeria Hans)

금강산도 식후경, 이탈리아에 왔으니 첫 끼니는 당연히 피자입니다. 구글맵 리뷰 5,000개, 평점 4.5라는 압도적인 데이터에 이끌려 ‘피제리아 한스’를 찾았습니다.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탈리아 식당 상식 이탈리아 식당 간판을 보면 이름이 제각각이라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여행 전 알아두면 메뉴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간 곳은 ‘핏쩨리아’였기에 1인 1피자를 시전했습니다. 얇고 바삭한 도우, 신선한 토마토소스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이탈리아에는 ‘코페르토(Coperto)’라는 자릿세(식탁보 비용) 문화가 있습니다. 영수증에 인당 2~3유로씩 추가되더라도 “바가지 썼다”고 오해하지 마세요. 유럽 특유의 팁 문화와는 또 다른, 이들만의 오래된 식문화니까요.

도비아코 마을에서의 피자맛집, 피제리아 한스

2. 도비아코의 숨은 이야기: 말러가 사랑한 ‘여름 휴양’

도비아코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교향곡의 거장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가 생의 마지막 여름들을 보낸 곳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럽의 예술가와 귀족들에게는 ‘좀머프리셰(Sommerfrische, 여름 피서)’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도시의 더위와 소음을 피해 알프스의 맑은 공기 속에서 휴식하며 영감을 얻는 것이죠. 말러 역시 이곳의 작은 오두막에서 교향곡 9번과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습니다.

🎵 나의 취향 vs 말러의 풍경

사실 저는 교향곡 2번 ‘부활’이나 8번 ‘천인교향곡’처럼 웅장하고 때려 부수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압도적인 카타르시스가 있거든요. 하지만 도비아코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세를 직접 보니, 말러가 왜 이곳에서 삶을 차분히 정리하는 듯한 9번 교향곡을 썼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신나서 떠들었더니 “당신 취미가 이럴 땐 쓸모가 있네”라며 웃더군요.

3. 브라이에스 호수 주차

점심 식사 후, 우리는 ‘돌로미티의 진주’라 불리는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로 향했습니다.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비현실적인 에메랄드빛 풍경을 직접 마주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여름철이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라, 방문 전 철저한 ‘주차 전략’이 필요합니다.

여름철 차량 통제,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우선 호수로 들어가는 길은 7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전면 통제됩니다. 이 시간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반드시 온라인으로 주차장을 예약해야만 차단기가 열립니다. 예약 없이는 계곡 입구에서 차를 돌려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38유로 주차비의 진실: P4 주차장

저희는 호수에서 도보 2~3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은 P4 주차장을 예약했습니다. 결제할 때 38유로(약 5만 6천 원)라는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내역을 뜯어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금액은 주차비 23유로식당 바우처 15유로가 합쳐진 구성입니다. 즉, 어차피 사 먹을 커피나 간식 값을 미리 내는 셈입니다.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면서도 지역 상권을 살리는 꽤 영리한 공생 모델인 것이죠. 저희도 산책 후 이 바우처를 사용해 호수 근처 비스트로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원한다면?

물론 바우처 강매(?)가 싫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호수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있는 P3 주차장은 바우처 없이 순수 주차비만 받기 때문에 짐이 적거나 걷는 것에 자신 있다면 훨씬 경제적입니다. 더 멀리 떨어진 P2 주차장(도보 15분)은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요. 예약은 공식 사이트(prags.bz)에서 가능하며, 차량 번호를 입력해 두면 입차 시 카메라가 자동으로 인식해 편리합니다.

예약 전쟁을 피하는 ‘오픈런’ 전략

복잡한 예약이 귀찮다면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통제가 시작되는 오전 9시 30분 이전이나, 해제되는 오후 4시 이후에 방문하면 예약 없이도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가 핀 몽환적인 호수를, 늦은 오후에는 인파가 빠져나간 한적한 호수를 즐길 수 있어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4. 호수 앞에서의 ‘동상이몽’

주차를 마치고 숲길을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왜 이곳이 ‘돌로미티의 진주’라고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됩니다.

해발 1,496m에 위치한 호수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정면에 우뚝 솟은 크로다 델 베코(Croda del Becco, 독일어: Seekofel, 2,810m) 산입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백색 암벽이 에메랄드빛 호수 수면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치는 모습은 돌로미티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물속에 또 하나의 산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투명함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가족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 아내: “세상에, 너무 아름답다!”라며 연신 셔터를 누르고 풍경을 눈에 담기 바쁩니다.
  • 대학생 아들 둘: “와, 크네.” (끝). 그리고는 경치 감상보다는 물수제비 뜨기 딱 좋은 납작한 돌을 찾는 데 더 집중합니다.

감성에 젖은 부모와 지극히 현실적인 20대 아들들의 온도 차. 이것 또한 다 큰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트 대여소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저희는 빗줄기가 굵어져 호수 산책으로 만족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이제 해발 2,000m의 고원, 프라토 피아짜(Prato Piazza)로 올라갑니다. 말러가 느꼈던 그 고요함을 제대로 만끽했던 트레킹 이야기를 다음 편에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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