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7] 르네상스의 심장 ‘피렌체’ 입성, 그리고 인생 스테이크를 만나다

1. 파르마에서 피렌체로: ZTL의 공포를 뚫고

파르마에서 약 190km를 달려 드디어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Firenze)에 도착했습니다. (약 2시간 소요)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 ‘꽃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곳이지만,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여행객에게는 공포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바로 ZTL (Zona a Traffico Limitato, 거주자 우선 차량 통행 제한 구역) 때문입니다.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라 차량 진입 규정이 매우 엄격합니다. 사전 등록 없이 들어갔다간 억 소리 나는 벌금 고지서를 받게 되죠. 저희는 미리 호텔 측에 연락해 주차 서비스를 요청해 두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공사 중인 도로와 복잡한 일방통행 길 때문에 식은땀을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호텔 투숙객은 등록해 주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금지 표지판을 넘어 무사히 호텔 앞 도로가에 안착했습니다.

2. 15세기 귀족의 저택, ‘Il Guelfo Bianco’

우리가 이틀간 머물 호텔은 ‘일 구엘포 비안코(Il Guelfo Bianco)’입니다. 두오모 성당에서 도보 10분 거리, 피렌체 구도심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렌터카 여행임에도 굳이 복잡한 시내 호텔을 잡은 이유는, 새벽과 늦은 밤 관광객이 빠져나간 ‘진짜 피렌체’의 공기를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된 피렌체의 귀족 저택(Palazzo)을 개조한 곳이라, 방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천장 높이에 놀랐습니다. 마치 중세 메디치 가문의 궁전에 초대받은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직원들의 몸에 밴 친절함 덕분에 피렌체의 첫인상이 아주 우아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3. 어둠을 뚫고 나온 르네상스, 피렌체의 의미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피렌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14~16세기, 신(God) 중심이었던 중세의 암흑기를 끝내고 ‘인간(Human)’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되돌려 놓은 르네상스(Renaissance)의 발상지입니다.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갈릴레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천재들이 바로 이 좁은 골목을 걸으며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고 생각하니,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집니다.

4. 붉은 돔의 기적, 피렌체 대성당 (Duomo)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피렌체의 랜드마크,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흔히 ‘두오모’라 불리는 곳입니다.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어가는 거대한 돔(Cupola)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1436년,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지은 이 돔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기적과도 같은 건축물입니다. 차가운 대리석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도시를 품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부는 내일 밝은 낮에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5. 권력의 광장, 시뇨리아 (Piazza della Signoria)

성당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회전목마가 돌아가는 낭만적인 ‘레푸블리카 광장’을 지나, 피렌체의 정치적 심장부인 ‘시뇨리아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레푸블리카 광장에 있는 개선문

이곳은 메디치 가문(Medici Family)의 권력이 집약된 곳입니다.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피렌체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던 메디치 가문은 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요새처럼 높이 솟은 탑이 인상적인 이곳은 과거 피렌체 공화국의 시청사이자 초기 메디치 가문의 거처였습니다.

  • 다비드상(David): 궁전 앞에는 미켈란젤로의 걸작(복제품)이 서 있습니다.

  • 넵튠 분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근육질 몸매가 웅장함을 더합니다.

  • 페르세우스 동상: 메두사의 목을 벤 섬뜩한 청동상. 이는 메디치 가문에 대적하는 자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죠.

6. 메디치 가문의 비밀 통로: 바자리 회랑 (Vasari Corridor)

아르노 강변으로 나가니 그 유명한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가 보입니다. 다리 위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다리 위 건물들 지붕을 타고 지나가는 기이한 통로가 보이시나요? 아치형으로 건물과 건물을 잇고 있는 저 구조물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바자리 통로(Vasari Corridor)’입니다.

💡 바자리 통로의 비밀

피렌체의 군주였던 코시모 1세는 집무실인 ‘베키오 궁전’에서 퇴근 후 집인 ‘피티 궁전’까지 가는 길에 서민들과 섞이거나 암살당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 바자리에게 명령해 지상을 밟지 않고 공중으로만 다닐 수 있는 1km짜리 전용 통로를 만들게 했는데, 그게 바로 이 회랑입니다. 권력자의 두려움과 오만함이 만들어낸 건축물이지만, 덕분에 피렌체는 더욱 독특한 경관을 갖게 되었네요.

7. 역대급 인생 스테이크: 달오스떼 (Dall’Oste)

운 좋게 마주친 피렌체 공화국 전통 행렬(퍼레이드)의 북소리를 뒤로하고, 예약해 둔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습니다.

피렌체에 왔으니 ‘티본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를 먹지 않을 수 없죠.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달오스떼(Dall’Oste)’에서 토스카나 토종 소인 ‘끼아니나(Chianina)’ 품종 1.2kg을 주문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괌에서 먹었던 스테이크가 제 인생 1위였는데, 오늘부로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기에, 검은 수탉 마크가 그려진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와인을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르네상스의 예술과 메디치의 역사, 그리고 최고의 미식까지. 피렌체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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