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지막 날의 아쉬움과 새로운 계획
어느덧 샤모니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처음 여행을 준비할 땐, 다양하고 화려한 이탈리아 돌로미티에 비해 샤모니는 일주일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 이곳만의 웅장함과 깊이에 매료되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여행 첫날부터 벼르던 ‘그랑발콩수드’ 트레킹입니다. 몽블랑 산군 맞은편의 양지바른 남쪽(Sud) 경사면을 따라 동서로 가로지르며, 몽블랑 파노라마를 병풍처럼 두르고 걷는 환상의 코스입니다.
- 변경된 코스: 원래는 동쪽 ‘플레제르(La Flégère)’에서 서쪽 ‘플랑프라(Planpraz)’로 오는 것이 정석이지만, 오늘은 서쪽 끝 최고봉인 ‘브레방(Le Brévent)’ 전망대를 먼저 찍고, 다시 ‘플랑프라’로 내려와 ‘플레제르’로 이동하는 역방향 코스를 잡았습니다.

2. 구름 속의 브레방 (Le Brévent) 도전
오전 일찍 차를 몰고 샤모니 북쪽 ‘브레방 곤돌라 승강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차 후 곤돌라를 타고 중간역인 ‘플랑프라(Planpraz)’까지 올랐습니다. 아래에서는 맑았던 하늘이 중턱에 걸린 구름 때문에 온통 회색빛입니다.


플랑프라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정상인 ‘브레방(2,525m)’으로 향합니다. 가시거리가 너무 짧아 케이블카가 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웅웅 들리더니,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기계가 쑥 나타나더군요. 정상에 도착했지만 야속하게도 구름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몽블랑이 가장 잘 보인다는 최고의 전망대인데, 오늘은 ‘곰탕(안개 속)’ 그 자체입니다.

브레방 정상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구름과 안개들이 떠나갈 생각을 하질 않네요. 우리 가족은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참동안을 정상을 배회하면 시간을 보내보았지만,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3. 각자의 길로 (아들의 홀로서기)
아쉬운 마음에 다시 플랑프라로 내려와 카페에서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며 구름이 물러가길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파란 하늘이 살짝 비치는 듯하여,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브레방 등정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아들은 다른 결단을 내렸습니다. 어제 갔던 ‘크루아 드 페르(Croix de Fer)’의 풍경이 너무나 강렬했는지, 오늘 다시 혼자 가서 제대로 된 영상을 남겨오겠다고 하더군요. 비록 가족 여행이지만, 마지막 날만큼은 각자 가장 좋았던 곳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겠죠. 아들은 콜 드 발므 쪽으로, 우리 부부는 그랑발콩수드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잠시 이별을 고했습니다.

4. 두 번째 실패, 그리고 트레킹 시작
야심 차게 두 번째로 올라간 브레방이었지만… 아뿔싸. 여전히 몽블랑은 구름 속에 꽁꽁 숨어있더군요. “이 정도면 우리도 노력할 만큼 했다”라며 쿨하게(?) 전망을 포기하고 다시 플랑프라(2,000m)로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트레킹 코스인 ‘그랑 발콩 수드’로 접어드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조금씩 위로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고 순탄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걷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거대한 몽블랑 산군이 계속해서 따라오는, 눈이 호강하는 즐거운 코스였습니다.






5. 알프스의 선물: 샤모아(Chamois)와 빌베리(Bilberry)
걷는 도중 앞서가던 트레커들이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바위 절벽 위에 ‘샤모아(Chamois)’ 한 마리가 의젓하게 앉아 경계를 서고 있었습니다. 알프스를 대표하는 야생 산양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우리도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샤모아의 위치를 알려주는 ‘매너’를 발휘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발견! 앞서가던 초등학생 남매가 길가 덤불에서 자꾸 뭔가를 따 먹더라고요. 궁금해서 뒤따라가 “도대체 뭘 먹니?”라고 물어봤더니, 아이 아빠가 웃으며 알려줍니다. “이건 야생 빌베리(Wild Bilberry)예요. 블루베리의 사촌 격인데, 아주 훌륭한 산 간식이죠.”
자세히 보니 길가 낮은 나무들에 새카만 열매가 가득했습니다. 하나 따서 맛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줄도 모르고 보물찾기하듯 빌베리를 따 먹으며 걸었답니다. 트레킹의 피로가 싹 가시는 천연 비타민이었습니다.

6. 플레제르 도착 및 하산
빌베리 따 먹는 재미에 푹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플레제르(La Flégère, 1,877m)’에 도착했습니다. 승강장 앞 벤치에서 준비해 온 빵과 간식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레 프라(Les Praz)’ 마을로 하산했습니다.


레 프라에서는 무료 셔틀버스(Chamonix Bus)를 타고 다시 차가 있는 브레방 주차장으로 편하게 돌아왔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1번 라인(Line 1) 버스를 기다렸다가 탑승했습니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버스였지만, 창밖 풍경을 보며 10분 남짓 이동하니 금세 브레방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택시비 들일 필요 없이 편하게 차량을 회수했네요.
🚌 샤모니 버스(Chamonix Mobilité) 이용 꿀팁
샤모니 여행의 발이 되어주는 셔틀버스, 이것만 알면 100% 활용 가능합니다!
1. 무료 이용 샤모니 지역 숙소에 머무르면 체크인 시 ‘카르트 도트(Carte d’Hôte, 게스트 카드)’를 줍니다. (종이 혹은 모바일 QR코드). 버스 탑승 시 기사님께 이 카드를 보여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가 없으면 1회권 3유로를 내야 하니 꼭 챙기세요!) 저희들은 몽블랑 멀티패스로 모든것을 해결하였습니다.
2. 주요 노선 (라인) 여행자가 가장 많이 타게 되는 핵심 노선입니다.
- Line 1 (Les Houches ↔ Les Praz/Flégère): 레우슈, 샤모니 센터, 브레방, 플레제르를 연결하는 황금 노선. 트레킹 후 원점 회귀할 때 가장 유용합니다.
- Line 2 (Les Bossons ↔ Le Tour): 샤모니 시내에서 ‘르 투르(Le Tour)’나 ‘그랑 몽테’ 쪽으로 갈 때 이용합니다.
3. 실시간 정보 확인 (필수 앱 & 사이트) 버스 배차 간격이 생각보다 길거나(20~30분), 시즌(여름/겨울)마다 시간표가 바뀝니다. 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리지 말고 미리 확인하세요.
- 공식 홈페이지 (시간표 PDF 다운로드): 👉 Chamonix Mobilité 공식 사이트 바로가기 (홈페이지에서 ‘Timetables’ 메뉴를 클릭하면 노선별 PDF 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 실시간 앱 추천: 앱스토어에서 ‘Chamonix Mobilité’ 어플을 다운받으면 내 위치 주변 정류장과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나중에 만나 들어보니, 아들도 혼자만의 출사 여행에서 멋진 장면들을 많이 건졌다고 하네요. 각자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즐긴 샤모니의 마지막 오후였습니다.

🚗 주차 정보 (Tip) 브레방 곤돌라 승강장 바로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렌터카 이용 시 편리합니다.
- 주차장: Parking du Brévent
- 주차비: 저희는 오전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 1시 40분쯤 출차했는데, 요금은 6유로 (약 9,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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