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블랑 트레킹의 웅장함을 뒤로하고 우리가 향한 곳은 샤모니 서쪽의 생제르베(Saint-Gervais)와 메쩨브(Megève)였습니다.
전 세계 산악인들로 북적이는 샤모니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웅장한 설산 아래 초록빛 구릉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 그림 같은 샬레들이 박혀 있는 고즈넉하고 정돈된 부촌의 풍경. 숙소를 정할 때 이쪽 지역까지 후보군에 두었었지만 동선 때문에 제외했던 곳인데, 막상 와보니 번잡함을 피해 알프스의 여유를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붉은색 캐빈의 낭만, 로헤브루네(Rochebrune)
우리는 메쩨브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로헤브루네로 향했습니다. 1933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해발 1,754m까지 우리를 데려다줄 케이블카는 선명한 붉은색 캐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블카는 대략 30여 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고, 탑승장 아래 넉넉한 주차장은 시간당 1유로 남짓한 합리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조용한 외곽 마을이지만 주차 시스템만큼은 확실하게 돌아가고 있더군요.

케이블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알프스 마을의 전형’이었습니다. 잘 깎인 잔디 같은 초록 슬로프와 옹기종기 모인 지붕들의 조화. 정상에 서니 몽블랑 산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더 위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몽블랑의 서쪽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풍광만으로도 충분히 벅찼고, 무엇보다 오늘은 중요한 ‘쇼핑’과 ‘만찬’ 일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알프스 식탁을 채우다: 인터마르쉐(Intermarché) 장보기
우리가 선택한 식재료 보급 기지는 ‘인터마르쉐’였습니다. 샤모니 인근에서 가장 가격 경쟁력이 좋고 품목이 다양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요.

카트를 끌고 둘러본 프랑스의 장바구니 물가는 흥미로웠습니다.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역시 소고기 가격이었습니다. 한국의 한우는 물론이고 수입산 소고기와 비교해도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금액은 100g 기준이 아니라 1kg 기준입니다!!!
- 안심/등심 스테이크용 (Entrecôte): 1kg당 30.90유로 (약 45,000원)
- 한국에서 스테이크용 등심 1kg을 사려면 보통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절반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 채끝살 (Faux Filet): 1kg당 26.90유로
- 뼈 있는 갈비 부위 (Côte à l’os): 1kg당 29.90유로
- 다짐육 (Bifteck Haché): 1kg당 17.90유로

저희는 오늘 저녁 메인을 위해 마블링이 훌륭한 등심(Entrecôte)과 채끝을 넉넉히 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무게를 달 때 손이 떨렸겠지만, 이곳에서는 마음껏 집어 들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그중에서도 알프스 사보아(Savoie) 지역에 왔으니 치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진열대를 가득 채운 자연 치즈들의 가격 또한 매우 착했습니다.
- 에멘탈 사보아 (Emmental de Savoie): 1kg당 18.50유로 (IGP 인증을 받은 지역 특산품입니다.)
- 콩테 (Comté): 숙성도에 따라 1kg당 26~27유로 선.
- 보포르 (Beaufort Chalet d’Alpage): 1kg당 39.95유로.
- ‘치즈의 왕자’라 불리는 보포르, 그중에서도 여름철 고산 목초지에서 방목한 소의 우유로 만든 프리미엄(Chalet d’Alpage) 등급이라 가격이 좀 있지만, 깊은 풍미는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 그뤼에르 (Gruyère): 1kg당 29.50유로.

원하는 만큼 잘라서 종이에 싸주는 방식 덕분에, 콩테와 에멘탈 사보아 등 몇 가지를 조금씩 구매해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너무 소량을 다양하게 구입해서 그런지 판매하시는 아주머니가 조금 불편해하기 하더군요.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는 않으니….
그 외 식재료들로는,
- 감자 : 품종에 따라 1kg당 1.99유로에서 3.99유로 선. 프랑스 감자는 튀김용, 찜용 등 용도가 세분화되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 샤퀴테리 (절인 고기): 와인 안주로 그만인 꼬빠(Coppa)나 쵸리조(Chorizo)도 1kg당 27유로 선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묘미, 현지인처럼 먹고 즐기기
한참 동안 카트를 채운 뒤 숙소로 향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외식을 하려면 인건비 때문인지 메뉴 하나당 50유로는 훌쩍 넘어가지만, 이렇게 마트에서 최상급 식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할 때면 으레 대형마트를 찾곤 합니다. 현지인들의 식탁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실이자, 원하는 음식을 가장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 결과, 오늘 저녁 식탁에는 육즙 가득한 소고기 스테이크 만찬이 차려졌습니다. 트레킹으로 고단했던 몸에 양질의 단백질을 채워주는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꽉 채운 알프스에서의 하루, 기분 좋은 포만감과 함께 딴딴해진 다리를 두드리며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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