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탕베르 도착과 그랑 호텔
오늘의 마지막 탐방 장소인 몽탕베르(Montenvers, 1,913m)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에귀 디 미디 전망대에 올라 몽블랑을 마주하고, 파노라마 엘리베이터(곤돌라)를 타고 이탈리아 국경(헬브로너)까지 다녀왔습니다. 이후 플랑 드 레귀로 하산하여 ‘그랑 발콩 노드’ 트레킹을 시작, 시그널 포브스의 험난한 오르막을 넘어 멋진 첨탑 봉우리인 레 드뤼(Les Drus)까지 감상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곳에 닿을 수 있었지요.
트레킹 코스를 마치고 하산하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해주는 건물이 바로 ‘그랑 호텔 뒤 몽탕베르(Grand Hotel du Montenvers)’입니다. 육중한 화강암 돌덩이를 쌓아 올려 만든 이 건물은 1880년에 지어져 아주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과거 기차가 놓이기 전부터 알프스의 산악인들과 모험가들이 메르 드 글라스 빙하를 탐험하기 위해 머물렀던 역사적인 베이스캠프라고 하네요. 따스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유혹이 강렬했지만, 샤모니로 복귀하는 막차 시간이 빠듯하여 아쉽지만 눈으로만 분위기를 담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 사라져가는 얼음의 바다, 메르 드 글라스
몽탕베르 역 전망대에서는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가 한눈에 쫘악 펼쳐집니다. 이름 그대로 ‘얼음의 바다’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길이 약 7km, 깊이 200m에 달하는 프랑스에서 가장 크고 긴 빙하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풍경은 경이로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과거(19세기)에는 몽탕베르 역에서 계단 몇 개만 내려가도 빙하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까마득하게 아래로 내려앉아, 하강 리프트(곤돌라)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만 겨우 빙하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녹아버렸습니다.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3. 빙하 동굴 체험과 기후 위기의 흔적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 실제 빙하 속을 뚫어 만든 ‘얼음 동굴(Grotte de Glace)’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본 빙하의 표면은 하얀 얼음 대신 거친 바위와 자갈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 역시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주변 산의 돌들이 쓸려 내려와 빙하 위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문 용어로 ‘모레인’이라고 하죠.) 한쪽에는 하얀색 특수 천(방수포)을 넓게 덮어놓은 모습도 보였는데, 햇빛을 반사해 빙하가 녹는 속도를 그나마 늦춰보려는 처절한 노력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빙하 동굴 내부는 각종 얼음 조각과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조형물 자체를 보는 즐거움보다도,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거대한 빙하의 속살 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4. 100년 된 빨간 기차를 타고 하산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제 몽탕베르 산악 열차(Train du Montenvers)를 타고 샤모니 시내로 돌아갈 차례입니다. 이 기차는 무려 190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가파른 산악 지형을 오르내리기 위해 레일 사이에 톱니바퀴를 맞물려 운행하는 ‘랙 레일(Rack Railway)’ 방식을 사용합니다.
※ 주의사항: 막차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17:30분이 마지막 열차였습니다. 다행히도 막차 바로 전 열차를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계절마다 시간이 다르니 꼭 미리 체크하세요.)
덜컹거리는 빨간 기차 안,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울창한 숲과 샤모니 마을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니, 오늘 하루 10시간 가까이 강행군을 펼쳤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약 20분을 달려 샤모니 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알프스 대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했던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5. 여행의 마무리 (약국, 주차비, 그리고 휴식)
샤모니 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인근 약국이었습니다. 어제 ‘락 블랑’ 트레킹에 이어 오늘까지 무리해서 걸었는지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거든요. 오랫동안 거친 너덜길(돌길)을 걸을 때는 발목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프랑스 약국에서 발목 보호대와 바르는 파스를 구입해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정보 팁]
- 주차비: 에귀 디 미디 주차장에 대략 10시간 정도 주차했는데, 요금은 10유로 정도 나왔습니다. (물가에 비해 주차비는 합리적인 편이네요.)
숙소로 복귀해 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 강행군을 했기에 내일은 조금 여유롭게 쉬어가는 날로 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꽉 찬 일정만큼이나 뿌듯함도 가득 찬 하루였습니다.
인생 2막, 부부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DAY0] 2025년 몽블랑과 이탈리아 여행 프롤로그](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0258-1.jpg)
![[DAY1] 고대로마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 아오스타(Aosta)](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9878.jpg)
![[DAY1] 몽블랑 터널, 유럽의 가장 비싼 길을 지나 레우슈로](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08/IMG_9919.jpg)
![[DAY2] 몽블랑의 품에 안겨, 뜻밖의 선물 같았던 락블랑 트레킹](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12/IMG_9978.jpg)
![[DAY02] 고즈넉한 부촌 메쩨브(Megève)와 알프스 장보기(인터마르쉐)](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12/IMG_0117.jpg)


![[DAY04] 벨뷔, 프라리온, 몽블랑 트램웨이](https://bubudiary.kr/wp-content/uploads/2025/12/IMG_05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