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나를 ‘착하다’고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 정도로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예의 바르다.
다른 사람에게 매우 친절하다.
다른 사람에게 항상 웃으면서 인사한다.
다른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내 일 처럼 같이 슬퍼한다.
다른 사람과 의견 차이가 있으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와준다.
정의롭지 못한 일에 같이 화를 내고 그것을 바로 세우는 일에 동참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착하지 않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엄마는 언제나 ‘나’를 걱정하는 말만 하신다.
“밥은 잘 먹고 다녀?”
“차 조심하고.”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다녀.”
“집에 애들은 있고? 애들 고기 좋아하니까 고기 먹이고.”
“민서방은 있니? 민서방에게 잘해라.”
“아픈 데는 없어? 애들은 괜찮고? 민서방은 어떠니?”
“뭐 먹고 사니? 반찬 하기 힘들면 사먹고.”
“김장은 못했지. 엄마가 맛있는 김장김치 좀 사줄까?”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으면서 다니고.”

엄마는 뇌출혈로 2년전에 쓰러진 오빠를 간병 중이다.
올해로 재활병원에서 생활하신지 3년째다.
엄마의 마음의 짐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엄마는 전화할 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나의 안부를 물으신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친절하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아픈 오빠를 보는 것도, 그 옆에서 예전보다 살이 빠지고 갑자기 늙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싫다.
보고 있으면 화가 나는 건지, 동정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내 감정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의 현실에서 도망치고만 싶다.
아직도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힘든 건 ‘엄마’인데,
그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안부를, 오빠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데.
난 그럴 자신이 없다.

힘든 엄마에게서 도망치려는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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