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을 부르는 말로 ‘반백년(半百年)’ 또는 ‘반백 살’이라는 말이 있다.
100년을 한 세기(Century)라고 했을 때, 그 절반인 50년 동안 삶을 꾸려왔다는 의미에서 쓰는 표현이다. 이 표현에는 단순히 나이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세월을 성실히 살아왔다는 존중과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다른 말로는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논어에서 사용한 말로, ‘하늘의 명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뜻이다. 객관적인 이치를 깨닫고, 자신이 나아갈 길과 본분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는 성숙한 시기를 의미한다.
내 나이 반백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도 50년 동안 삶을 성실히 살아왔다.
지극히 평범하게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30대에 직장을 다니며 아이 둘을 키웠고, 40대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반백년을 성실히 살아오면서 나에게 남겨진 것, 남아있는 것들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당연히 내가 부모가 되어 한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이다.
20대 후반에 (내가 젊었을 때의 결혼 적령기는 20대 후반이였다. 그때는 ‘노처녀’라는 말을 사용했다. ‘골드미스’라는 단어는 그 뒤에 나왔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바로 낳았다. 직업을 갖고 있고, 산모 나이가 많으면 아이가 건강하게 나올 확률이 낮아진다는 전해 내려오는 의학적 상식(?)으로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직장을 나가야 하니 아이를 연연생으로 낳았다. 조금만 크면 둘이 잘 놀거라고 하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실천했다. 남들과 비슷하게 낳아 남들보다 빨리 둘째를 낳았던 것이다. 그래서 50인 주변인들은 아직도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있다. 둘째를 바로 낳기를 잘한게 한살 차이여서 거의 형제관계가 친구같다. 그런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나와 남편이 나이가 들어 아이들 곁을 떠나면 아이 홀로 남겨지지않아 마음이 놓인다. 형에게는 동생이 있고, 동생에겐 형이 있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까… 그런 가정을 꾸려서 든든하다.
둘째는 나이듦이다. 신체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이제는 젊은이가 아닌 중년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게하는 나이듦.
거울을 보면 눈밑과 입, 이마에 주름이 깊게 그려진 얼굴을 마주한다. 만화에서 중년의 여성을 그리면 늘 그리는 팔자주름, 눈밑 주름, 이마의 주름이 나의 얼굴에도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크림은 눈 뿐만 아니라 이마, 팔자주름 있는 곳에 넉넉히 바르게 된다.
부엌에서 일을 하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왜 열었는지 이유를 몰라 다시 냉장고 문을 닫을 때가 종종 있다.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잊을 때가 있다.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 말하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순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다.
말하려는 연예인 이름은 떠오르질 않는다.
이렇게 나이 드는 구나 실감이 난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는데 내마음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셋째는 ‘지천명’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사용했다는 ‘하늘의 명을 알게 되는 나이’라는 뜻인 ‘지천명’이 50세를 의미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도.
어떤 일에도 화가 덜 나고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이 대부분 이해가 된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설명이 되고,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공감하진 않더라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젊은 시절의 ‘나’보다 상대방으로 인해 상처를 덜 받게 된다.
모든 것이 ‘그럴 만하다’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울면 나도 같이 따라 울게 되고(주인공이 왜 그러는지 너무 공감이 되니까)
참여를 바라는 그 어떤 것에도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젊은이들은 바쁘니 나라도 해야지..)
아이들을 보면 그냥 마냥 쳐다보게 된다.(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생각이 더 진하게 들게 되어서 이고, 할머니가 될 나이에 가까와져셔 그런지…)
이제 곧 나이를 한살 더 먹게 된다. 이젠 어떻게 따져도 50이 된다.
어떻게 나이들고 싶지?라고 생각했을 때 ‘여유로움’이 떠올랐다.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여유롭게 대할 수 있는 나이듦.
그렇게 나이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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