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우리반이 합창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내 노랫소리가 화음을 망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땐 몰랐다. 노래를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반의 우승을 위해 다함께 열심히 했던 그때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반주를 했던 여자 아이가 있다. 반에는 풍금이 있었고, 그 아이는 정말 반주를 잘했다.
그날 이후 나도 치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엄마는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막내인 나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결심이라도 한 듯 나를 데리고 집에서 좀 먼 피아노학원으로 갔다. 그때는 피아노 학원이 많이 있지 않았고, 당연히 우리집 근처에는 피아노 학원이 없었다.
난 피아노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피아노 학원을 다녀오면 언제나 멜로디언을 가지고 그날 배운 부분을 연습했다.
바이엘(하)을 배우고 있던 어느날,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가 피아노를 치던 나에게 와서 말했다.
” 나, 이거 칠수 있는데!”
그날 이후로 난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두었다. 나보다 어린 아이가 놀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 말한마디.
그것이 내가 배운 피아노의 전부였다.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았다. 누구나 하듯이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피아노학원을 보냈고, 바로 디지털 피아노를 샀다.
그러나 아이들은 별로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았고, 근근히 6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피아노학원을 그만 두었다.그리고 이사를 다니면서 디지털피아노는 늘 가지고 다녔다.
어느날 남편이 나에게
“이제 이거 그만 팔자. 자리도 차지하고 그만 팔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안돼, 내가 할거야”
“언제?”라고 묻는 남편에게 언제 할 거라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큰애가 고3이 되던 1월.
남편과 둘째는 설날을 맞아 시댁으로 내려갔고, 첫째는 독서실에 가고 혼자 있던 그날.
안방에 덩그러니 있는 피아노에게 가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 건반을 눌러봤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했다. ‘독학 피아노’라고.
그날 이후 2년동안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큰애, 작은애 모두 대입을 마친 작년, 난 집근처 피아노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성인도 가르치나요? 얼마인가요?”
그리고 난 지금껏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것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연습을 한다.
그냥 건반을 누르고 있으면 좋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피아노를 잘 치는 할머니로 나이들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반주하던 그 여자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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