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주와 보드카

‘담금주’와 ‘보드카’가 우리집에 왔다.

2025년 4월28일 둘째가 입소하는 날.
둘째를 논산훈련소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훈련소 내에 있는 국군복지마트에 들렀다.
시간은 거의 4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부모들의 양손에는 물건이 한 가득 담긴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부모들의 무거운 마음의 무게 정도라 생각이 들 정도의 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마트가 끝나갈 시간이었지만 가보기로 했다.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마냥 물건은 거의 없고 마감시간을 알리는 점원의 소리만 크게 울린다.
화장품만 사온 우리와 달리 첫째는 어디서 찾았는지 ‘담금주’를 들고왔다.
“뭐하러 사?”
“학교가서 담금주 만들게요.”
사지 말라고 말리는 나와 달리 남편은 무슨 생각에 흐뭇한 표정이다.
그 날, 첫째는 담금주를 들고 학교로 돌아갔다.

2025년 12월25일 둘째가 휴가 나온 날.
크리스마스에 맞춰 둘째가 3박4일 첫 휴가를 나왔다. 상병이 되어 ‘신병위로휴가’를 나온 것이다.
아들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며 나갔다.
“저 놀다가 내일 오전쯤에 들어올게요. 먼저 주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크리스마스날 아침, 영화 ‘아바타3’를 보고 돌아와보니 둘째가 집에 와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는데..’ 반가운 마음에 방문을 열어보니 아들은 ‘떡’이 되어 자고 있고,
식탁 위에 ‘보드카’ 한병이 놓여 있었다.
한참 뒤에 일어난 아들에게
“보드카는 어디서 났어?” 물었다.
“파티하고 남았길래 갖고 왔어요.”
“무겁잖아. 왜 갖고왔어?”
“아깝잖아요.”
다음날 아들은 보드카를 남겨둔 채 군으로 복귀했다.

2026년 1월 1일 새해 첫날.
올 4월에 첫째가 군대를 간다. 그래서 남편이 아들과 함께 기숙사의 짐들을 모두 가져왔다.
짐들을 모두 거실에 펼쳐 놓으니 거실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정리를 바로 할 수 없어 아들 방으로 짐을 옮기는데 그 날의 ‘담금주’가 보였다.

아들들을 보고파하는 나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놓고 간 것처럼
‘담금주’를 보면 첫째가 생각나고,
‘보드카’를 보면 둘째가 떠오른다.


인생 2막, 부부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