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내 얼굴이 가장 크다.
회사에서 ‘송구영신’ 의미의 작은 파티를 했다.
케잌을 사서 다함께 2026모양의 초의 불을 끄고, 박수치고 맛있는 케잌을 나눠 먹는 깜짝 파티 말이다.
마지막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우리 모두 사진을 찍었다.
2025 안녕~ 반갑다, 2026!
사진을 출력하여 공용 냉장고에 붙였다.
사진속의 사람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다.
나도 그 속에 포함되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런데 내얼굴만 보인다.
내얼굴이 가장 크다.
집에 와서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남편이 자주 다니는 미용실에 갔다.
나이가 들면서 커져가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아무래도 앞머리를 내려야 할 것 같아서 미용실을 찾았다.
미용실사장님은 앞머리를 내리려 한다는 말에
“나이가 들면 이마쪽 머리가 빠져서 숱도 없어져서 앞머리는 내리는게 훨씬 좋아 보여요. 제 친구들도 모두 앞머리 내려 줬어요. 호호.”
그래서 나도 얼굴이 커져가고 이마의 머리는 빠져나가고,
이젠 대머리 아저씨처럼 머리의 저쪽 끝에서 끌어당겨 가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앞머리를 내린게 10여년 전 쯤이여서 생소하다.
미용실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을 거울에 비쳐진 모습으로 알게 되었다.
남편이 미용실 소파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편안하게.
남편은 내가 미용실 갈 때 같이 간 적이 한번도 없다.
나는 남편이 이발할 때 자주 같이 가곤 했는데.
내가 동네미용실을 같이 가자고 해도 거절하던 남편이 얌전히 뒤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친구하고 같이 미용실에 갔더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약속 잡는 것도 귀찮아서 혼자 미용실에 가는게 익숙해졌다.
앞머리를 다 하고 난 후에 미용가운을 벗으며 남편에게 돌아섰다.
내 모습이 어때 보여?라는 질문도 필요없이 남편은
“예쁘다.”라고 말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어색하다.
젊었을 때 친구와 같이 갔었던 몇번의 기억이 전부였던 미용실로의 동행.
내나이 반백살이 되어 동행이 생겼다.
미용실 동행, 나의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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