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집 아주머니

퇴근길에 남편을 만나서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우리집은 학원가에 있어 이 시간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저녁을 먹으러 많이 온다.
아침에 비가와서 그런지 날씨가 스산하다. 뼈속까지 시린 기분이 드는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역시 뜨끈한 국밥이다.
집근처 순대국 식당이 있어 오늘은 그 집으로 골랐다.

들어서자마자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어서오세요. 밖은 많이 춥죠? 편한 곳에 앉으세요. 여기 괜찮으시겠어요? 따뜻한 자리 앉으세요.”
이러면서 우리에게 물병과 뜨거운 물 두 잔을 주신다.
“추우실텐데 따뜻한 물 드세요.”
아주머니의 과한 친절이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는 순대국(순대만), 순대국(일반)을 시키고 아주머니가 주신 뜨끈한 물에 차가운 물을 넣어 미지근하게 만든 후 물을 마셨다.
‘아… 좋다.’
뜨거운 물컵을 손으로 잡고 있으니 얼어있던 몸도 풀리는 기분이다. 노곤해지면서 배도 고파진다.

문이 열릴 때마다 아주머니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신다. 동네에 있는 식당이여서 인지 아는 손님에게 안부를 묻기도 하신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등학생들이 참 많다. 학원가여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분주히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줌마 나이가 얼만데, 너희들 기억하지. 배고프지? 빨리 준비할게.”
“너는 파 안먹지! 파 넣지 않고 순대국(고기만)이지!”,
“잠깐 기다려. 금방 나올거야.”
계산하려 하는 학생에게는
“네가 형이지! 맛있게 먹었어?”
이번엔 파를 먹지 않는 학생이 파가 들어가 있다고 하니
“아이고, 식당 아줌마가 실수했나 보다. 다시 끓여다 줄게.”

손님이 아니라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말을 건네고 식사를 건넨다.
남편은 그런 아주머니의 행동을 보며 식당 사장일 거라 추측한다.
우리는 계산을 하면서 그 친절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 이세요?”
“아이고, 아니요. 사장은요. 종업원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친절하게 하세요?”
“아이고, 그래야 사장님이 돈을 주시죠.”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다고 하신다.

순대국 식당 옆에는 국밥을 파는 식당이 있다. 거기도 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인데, 나오면서 식당안을 보니 학생이 별로 없다.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아주머니가 계신 식당. 뜨끈한 국물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아주머니가 있는 식당.
그 곳에 학생들이 많이 가는 이유가 있겠지?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오는 학생들은 교복을 입은 모습 그대로이다. 학교가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온 모양이다.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식사시간에 잠깐 밥을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배가 고픈 학생들에게 뜨끈한 국물이 있는 밥이 절실하겠지만, 그것보다 밥을 먹는 나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는 아주머니가 더 절실할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먹은 순대국도 아주 따뜻했지만 , 아주머니의 따뜻한 한마디가 나를 더 따뜻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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