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 근처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우리 집’을 ‘본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본가’라고 부르는 것이 거리감이 느껴져서 듣기 좋지 않은데, 아들은 본인이 사는 자취집을 ‘집’이고 불렀고 ‘우리집’을 ‘본가’라고 불렀다.
내가 “집에 언제 올 거야?” 라고 물으면,
“이번 주는 과제가 많아 힘들고 본가에는 다음 주 정도에 갈 수 있을것 같아요.” 라고 구분해서 말한다.
나에게 ‘우리 집’은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았던 예전 그대로인 집인데, 결혼 하지 않은 아들이 ‘본가’라고 부르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본가’라고 부르는 아들이 저녁에 오기로 한 날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남편과 나, 둘이서 살아서 편하게 늘어놓고 있다가 아들이 온다는 말에 여기저기 치워야 한다.
거실의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제자리에 넣고, 과자봉지, 귤껍질도 쓰레기통으로.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들도 버리고, 아들방도 환기를 시키며 청소를 한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늘어놓았던 옷들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정리가 끝난 후, 우리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갔다.
아들은 곰탕을 좋아한다. 외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서 자란 아들은 각종 김치도 잘 먹어 김치도 여러 종류 샀다.
그리고 평소에 사먹지 않는 소고기도 아들이 좋아하니 종류별로 샀다.
장을 보면서 시장에서 밥을 먹었다. 둘이 있으니 매번 해 먹지는 않고 사 먹는 날도 많다. 아이들과 있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집에 와서 사 온 음식을 냉장에 넣어두고 난 후에야 우리 둘이 있었던 주말로 돌아와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나는 책을 읽고, 남편은 음악을 듣는다.
책을 읽고 있는데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난다.
‘버선발로 뛰어나간다는 말이 이런 행동이겠지!’ 나는 용수철의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이 현관문으로 뛰어갔다.
한 달 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
‘참 잘 생겼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아들.
“아들, 잘 지냈어? 밥은? 춥지?”
아들은 집에 오면 본인의 방으로 바로 들어가고, 나도 남편도 아들을 따라 들어간다.
아들이 오면 집에 웃음꽃이 핀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들이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꽃이 피는 것이다.
집이 훈훈해지고 무채색이었던 집이 화사한 색으로 바뀌고, 방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데도 집이 꽉 찬 느낌이 든다.
‘본가’라고 부르는 아들이 집에 오는 날은 나에게는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사랑이 넘쳐흐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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