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오리고기를 왜 싫어하는지 물어보는 남편에게 짜증이 난다.
퇴근을 하자마자 빨래바구니에 있는 세탁물을 서둘러 챙겨 세탁기에 넣고 세탁을 시작했다.
우리집 세탁기는 영하 10도를 기준으로 얼기 때문에 앞으로 며칠 동안은 강추위가 찾아온다는 일기예보에 빨래를 가장 먼저 해야했다.
세탁을 겨우 시작하고 잠깐 쉬고 있을 때 남편이 왔다.
남편은 먼 것이 안 보인다고 하여 안과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안경을 쓰고 들어오는 남편은 침대에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울리네. 어때?”
“먼 것이 잘보여. 선명하게 보여.”라고 말하며 언제나 하는 말을 했다.
“배고프다. 밥먹자.”
주섬주섬 일어나 밥을 차리러 나갔다.
저녁거리로 미역국과 고등어를 냉동실에서 꺼내 준비하기 시작했다.
남편도 옆에서 냉장고에 있었던 ‘오리고기’를 꺼냈다.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
“어, 12월….. 13일 이네.”
“먹지마.”
“냉장고에 있어서 괜찮아.”
이러면서 후라이팬에 굽기 시작한다.
“그래도 고기니까 상했을 수도 있잖아,”
“진공처리 해서 괜찮아.”
그러면서 미역국과 고등어를 준비하는 내 옆에서 인덕션의 자리를 차지하며 굽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난 안 먹을거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만 할 줄 알았다.
“왜 오리고기가 싫은데?”
나는 오리고기가 싫은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오리고기가 싫은 것인데, 남편은 전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철옹성 같다.
이정도면 나는 대화를 멈춰야한다.

미역국, 고등어, 오리고기가 차려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안과에서 뭐래?”
“노안이래. 안과 간 김에 망막도 검사를 했어.”
“망막은 어떤데?”
“당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검사를 받으라고 했어.”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지만, 남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 아니다.
시아버지는 젊었을 때 ‘당뇨’ 판정을 받고 당뇨로 고생을 하시다 몇 년전에 돌아가셨다.
즉, 남편 집안은 당뇨가 유전이다.
‘당뇨’는 피하려했지만 피할 수 없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
족쇄와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오리고기를 먹으려 오리고기 쪽으로 향하는 남편의 젓가락을 보며
오리고기를 남편 손이 닿지 않는 쪽으로 옮겨버렸다.
“먹지마.”
“아이.. 왜?”
“당뇨일 수도 있잖아. 먹는 거 조심해.”
이 말에 남편은 ‘유통기한 지난’ 오리고기를 포기했다.
‘유통기한 지난’ 오리고기를 왜 싫어하는지 물어보는 남편에게 짜증이 났던 나의 마음이
오리고기 먹는 것을 포기해 돌아가는 남편의 젓가락을 보며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당뇨’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계속 짜증으로 일관 했을거였는데,
‘그냥 먹으라고 할 걸 그랬나?’ 하며 미안해진다.
앞으로는 건강한 것 위주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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