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복무 중인 둘째가 외박을 나와 오랜만에 가족 4명이 주말의 점심을 함께 먹는다.
같이 먹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이 시간은 나에게 소중하다.
점심을 먹으면서 남편이 첫째에게 헬스장에 언제 갈건지 물어봤다.
“점심먹고 가요.”
“그럼 동생하고 같이 가.”
“저 혼자 가려고요.”
“동생하고 같이 가지?”
“저 혼자가 편해요.”
“오랜만에 동생하고 같이 갔다와.”
“그냥 저혼자 갈래요.”
“너는 왜 동생하고 같이 가는 것을 싫어하니? 같이 가면 좋잖아.”
“동생도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고, 저도 혼자 가는게 편해요.”
“동생이 오랜만에 나왔는데 형이 동생과 함께하면 좋잖아. 그런데도 너는 혼자간다고 우기니?”
이제부터 대화는 논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첫째가 둘째에게 묻는다.
“너 나랑 헬스장 같이 가고 싶어?”
“상관없어.”
“동생도 저랑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데, 왜 같이 가야해요?”
사소한 대화로 시작 했지만, 대화가 거듭될수록 서로간의 의견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이제부터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게 하는 말로 대화가 이어진다.
“너 아빠에게 빌린 돈 다 보냈어? 지금 당장 보내.”
“아빠, 대화의 주제가 이게 아니잖아요.”
“아니, 그래도 당장 보내.”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해요!”
“너는 왜 가족이 같이 하자고 하는데도 싫어하고, 너 혼자만 하려고 하니?”
나의 소중한 점심식사를 망치기 일보 직전이다.
수습하지 않으면 남편과 첫째는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로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애가 혼자 가는게 좋다잖아. 이제 그만해.”
둘째도 이 상황이 싫은 기색이다.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시작된 대화가 논쟁으로 변색되었기 때문에 불편한 것 같다.
남편의 말도 맞고, 첫째의 말도 맞다.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램과 혼자 갔으면 하는 마음이 평행선이다.
이럴때 남편과 첫째가 나눈 대화처럼 ‘이기는 대화’를 하면 한 사람의 생각대로 정해졌을 때 ‘진 쪽’의 기분은 안 좋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대화에서 졌구나’ 라는 패배감이 들기 때문이다.
서로가 요구하는 바가 다를 때
‘공감의 대화’를 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게 되면서 어느 것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이미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 않게 된다.
상대방의 생각을 꺽어버리겠다는 공격적인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
승부가 가려지게 되는 대화가 되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어태세와 함께 싸울 준비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에 공감하려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존중받는 기분이 들게 하여 대화가 편안하게 흘러가게 된다.
나도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고, 내 생각대로 됐으면 하는 바램이 클 때가 있다.
그럴때면 부모교육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상대방의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의 손바닥을 뒤집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할 때면 타인의 손바닥을 뒤집으려고 애쓰지 않고, 나의 손바닥을 뒤집는 것을 선택한다.
‘이기는 대화’가 아닌 ‘공감의 대화’가 내 삶의 모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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