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을 당분간 쓰지 마십시오!

토요일에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두달 전에 다친 오른손 중지가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는데도 호전되지 않아 좀 더 큰 병원을 찾았다.
X-ray, MRI를 촬영 후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언제 다치셨어요?”
“영상을 보니 인대가 파열되었습니다. 트더졌어요. 치료를 안 받으셨어요?”
“물리치료는 아직 받지 않으셔도 되고 2주동안 보조깁스를 하세요.”
내가 물었다.
“요리 같은 것은 해도 되나요?”
“환자분, 요리할 때 손이 아파요? 안 아파요? 제가 뭐라고 답할것 같으세요?”
“이렇게 오래 두면 후유증 생기니 잘하고 계셔야 합니다.”
꾸중을 들은 것 같아 서둘러 진료실을 나왔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밥은 어떡하지?’였다.

동네 병원을 갔을 때 성실하게 보조 깁스를 할 것을 이제와서 후회된다.
‘아프긴 해도 밥은 먹어야하니 밥 먼저 차리고 깁스를 하지 뭐.. ‘
라고 쉽게 생각해서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오른손을 움켜쥘 때가 가장 아팠다.그러니까 칼질할 때가 많이 아팠다.
그래도 밥은 해야 하니까. 칼질을 안 할 수가 없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친언니가 그랬다고 하면 버럭 화를 냈을 것이다.
“반찬 사먹으면 되지! 아픈데 밥이 먼저야? 하지마!”
그런데 나는 그런 당연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리고 여자는
직장을 다녀도 밥을 해야 하니까.
아파도, 가족이 먹을 밥을 하고 누워야 했으니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역시 사회통념에 맞서지 못했다.
아파도 밥은 해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병원을 다녀온 후 남편에게 말했다.

“당분간 밥 못해. 자기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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