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방 가족. 바다.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되면 나는 장안동에 사시는 외할머니댁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산 밑에 집이 있어서 늘 산에서 놀고, 동네 친구들하고 고무줄 놀이, 공기, 술래잡기 등을 하면서 방학을 보냈다.

우리집은 마당이 있는 집이였고, 그 집에는 단칸방이 따로 있어서 그 방을 사글세라고 하는 월세를 주고 있었다.
단칸방에는 나와 동갑내기 친구와 언니, 그리고 동생까지 세 자매가 부모와 같이 살았다. 나는 그 친구와는 등교를 같이하는 사이였다. 그 아이는 공부는 못했지만, 늘 밝았다. 수업시간에 나는 선생님의 말을 듣기만 하는데, 그 친구는 공부는 못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뭘 알아듣기는 하는건가?’ 궁금해하면서도 난 그 아이의 고개 끄덕이는 행동을 신기해서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단칸방의 부모님들은 두 분 모두 밝은 성격이여서 그 집에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날, 친구는 튜브와 모자를 쓰고 아저씨는 텐트를 메고, 아줌마는 여러가지의 음식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웃 언니와 동생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아줌마가 엄마에게 말했다.
“남편이 휴가여서 안면도 바다 좀 다녀올게요. 집 좀 잘 봐주세요.”
그리고 한참 뒤에 까맣게 탄 얼굴로 다섯명의 가족이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집은 방학이라고 해서 바다로 여행을 간 적도, 놀이동산에 간 적도 없다.
아버지가 놀러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난 한번도 어디로 놀러가자고 조르지 않았다. 남들도 그렇게 사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까맣게 탄 내 친구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잘 놀았는지, 바다가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방학동안 친구 얼굴은 까맸고, 내 얼굴은 하앴다.

친구가 다녀온 바다.

‘티비에서 봤던 바다와 다를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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