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에서 걸려온 전화

토요일 아침이다.
아침을 먹다가 시계를 쳐다본다.
설거지를 하다가 시계를 쳐다본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시계를 쳐다본다.
여전히 핸드폰의 벨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저번주에는 11시에 전화가 왔었는데, 벌써 오후 1시다.

오후 1시 30분에 핸드폰 벨이 울린다.
“아들”
“응.”
“아들, 이번주에 훈련했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질문부터 쏟아낸다.
“네.”
“뭐했어? 화생방 했어?”
“아니요. 사격했어요.”
“아픈데는 없고? 생활관 동료들하고는 잘 지내?”
“네, 아픈데 없고, 동료들하고 친해졌어요. 엄마, 00특공부대 면접봤어요.”
“뭐? 특공부대?”
“네. 세미 특공부대라고 해요. 거기 면접봤어요.”
“어떻게? 네가 간다고 했어?”
“아니요. 거기서 조건에 맞는 5명을 뽑는데 그중에 제가 들어가서 면접보고 왔어요.”
“거기가면 훈련이 힘들잖아. 거기 가지마.”
“아니요. 세미 특공부대라서 많이 힘들지 않데요. 그리고 면접만 본거지 된건 아니예요.”
“잠깐 아빠 전화 바꿔줄게.”
남편이 아들하고 통화를 짧게 하고 끊었다.
핸드폰 사용시간이 1시간뿐이니 우리와 전화하는 시간을 짧게 해야 친구들하고도 연락을 하니 이정도만 하고 전화를 끊어주어야 한다.

통화를 마치고 남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게 보인다.
“00이가 군대를 가더니 2주만에 달라졌어.”
“왜? 그걸 어떻게 알아?”
“특공부대 가면 자격증을 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 2주만에 철이 들다니..”
말하고 씨익 입꼬리가 올라간다.
난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싫어하는 00이가 자격증을 따러 특공부대를 간다고? 특공부대는 훈련이 힘들다고 하는데, 거기가서 어떻게 자격증을 따지? 가능한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럴리가 없다.
남편은 여전히 통화를 한 이후로 흐뭇한 표정이다.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왔다.
나는 받자마자 물어봤다.
“00아, 너 어제 아빠한테 자격증 딴다고 얘기했어?”
“네? 무슨 자격증이요?”
“아빠가 그러던데, 네가 특공부대 가는 이유가 자격증 따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어떤 자격증을 따려고?”
“아…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이요!”

그럼 그렇지.
군대간 2주만에 아들이 변할 리가 없지.

나 어릴적, 군인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군인아저씨가 엄청 크고 엄청 힘이 셀 것 같았는데.
그 시절의 군인아저씨가 지금의 나의 어린 아들이라니.

아들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길.
엄마가 어린 시절, 위문편지에 써왔던 그 문구 그대로,

군인아저씨, 밤이나 낮이나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인아저씨 덕분에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충성!

엄마니까 덧붙일수 있는 말이 있다.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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