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젋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 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 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이등병의 편지 (김광석)
현역병 입영 통지서
입영부대: 육군훈련소
입영일시: 2025년 0월 00일 14시 00분
모이는 장소: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득안대로 381-12(길찾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병역법 시행령 제20조, 제21조 및 제35조에 따라 위와 같이 입영을 통지 합니다.
그날이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육군훈련소까지 3시간 30분이 걸린다. 도착해서 점심도 먹어야 하니 서둘러야 한다.
작년 크리스마스 쯤 아들이 기숙사의 짐을 이고 지고 집으로 왔다.
그 때의 짐이 여전히 아들이 없는 빈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때는 먼 일로만 생각하고 미뤄두었는데. 그 날이 왔다.
아들은 네 달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않았다.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내뱉어 졌다.
입영일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아들에게 물었다.
“한 달정도 남았는데 기분이 어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 보는 건 어떠니?”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요.”
부모는 이런 말을 들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저 말이 생기발랄 해야 할 이팔청춘에게서 나올 말인가.
난 군대를 가 본적이 없다. 그래서 입영을 앞둔 아들의 마음을 짐작 조차 할 수가 없다.
아들은 그렇게 놀며 쉬며 네 달의 시간을 그냥저냥 흘려 보냈고
나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들으며 보냈다.
그 노래들은 실감나지 않던 ‘아들의 입영’을 현실로 되새겨주는 역할을 했다.
아들은 입영일 며칠 전에 머리를 짧게 깎았다.
가기 전날에 자르지 그랬냐는 나의 말에 아들은 빨리 자르고 싶다고 말했다.
자르고 온 날 아들은 어색한지 피식 웃기만 했다.
“밤톨 같이 귀엽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돌아서서 눈물을 삼켰다.
진짜 가는구나.
네 달 동안을 같이 있으면서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 나는 그날이 되어서야 후회한다.
아들에게 맛있는 것을 더 많이 해 줄 걸
아들하고 더 많이 대화를 나눌 걸
아들하고 더 많이 여행을 다녀올 걸
가장 많이 후회되는 것은
아들에게 상처주는 말은 차마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네 달동안 같이 있으면서 나는 “아들, 오늘 엄마랑 같이 잘까?” 라고 자주 말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하면서 웃어주던 아들이
입영일 바로 전날에 베게를 갖고 나의 방으로 왔다.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늘 하던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잘 다녀와. 건강하게 잘 지내고.”
“….”
“잘 자.”
아침을 먹는데 아들은 잘 먹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여러 번 먹으라고 하는 나에게 아들이 그랬다.
“소화가 안 될 것 같아요.”
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는데 늘 앞좌석에 타던 아들이 뒷자석에 타겠다고 한다.
자고 가겠다며.
육군훈련소로 가는 그날은 수능을 보러 가던 그날처럼
나도 아들도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아무도 무거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제 진짜 육군훈련소로 출발한다.
인생 2막, 부부 다이어리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