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나물

3월, 남편이 미뤄왔던 담낭제거 수술을 했다.
담낭을 제거하고 나면 기름진 고기류, 튀김류를 피하고 소화가 잘 되는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1주일에 두 세번씩 먹던 고기류를 완전히 끊고, 나물과 채소 위주의 반찬으로 밥을 먹어야 한다.
나는 반찬가게에서 나물류를 샀다. 양은 적은데 비싸다.
아무래도 내가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직장맘이여서 요리할 여유가 없다. 시간은 있지만 몸이 피곤해 내 몸이 요리를 거부한다.
둘째, 임신하고부터 친정집 근처에서 살았다. 친정엄마께서 출퇴근 하는 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시고, 반찬을 해 주셨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금명이 상견례 자리> 장면이다.
<금명이의 상견례 자리>
예비 시아버지가 금명이에게 숭늉을 달라고 하고, 예비 시어머니는
“설마하니 숭늉은 잘 뜨겠지? “하며 금명이를 은연중에 비아냥거린다.
밥이 그대로 남아있는 금명이의 밥공기를 보며 금명이 엄마가 숭늉을 뜨러 일어난다.
“엄마가 이렇게 다 해 주시니까 금명이가 아무것도 모르나보다”
또한번 예비 시어머니가 비아냥거린다.
“제가 못 가르쳤습니다.
너무 귀해서,
너무 아까워서,
제가 안 가르쳤습니다.”
하며 처음 뜬 숭늉을 금명이에게 준다.
넷플릭스 ‘폭삭 속았수다’ 금명이 상견례 장면

엄마도 금명이 엄마처럼 나에게 늘 그러셨다.
“네가 뭘 할 줄 안다고!”, “엄마가 해 줄게!”
그러시며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뭐든지 다 해주셨다.
이것이 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 세번째 이유이다.
그래서, 난 요리를 잘 못한다.

하지만, 큰 마음을 먹고 나물 반찬부터 하기 시작했다.
마침 봄의 시작이라 마트에는 참나물, 취나물, 봄동, 깻잎순 등 그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나물류가 나의 눈을 사로 잡는다.
엄마가 늘 해주셨던 참나물, 취나물 순으로 레시피를 찾아가며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해 주시던 맛과 비슷하다. 시작이지만 성공적이다.

이번엔 고사리 나물.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을 생각하며 고사리를 무쳤다.
언제는 비릿하고, 언제는 깊은 맛이 없고, 언제는 짜다.
도저히 내 손으로 엄마 맛을 낼 수가 없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고사리 나물을 무치는데
여전히 비릿하고, 깊은 맛이 없고, 짜기만 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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