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대화(서울영화센터)

오늘은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영화 ‘찬란’과 ‘From’의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다.
행사는 오후 3시30분부터 감독이 촬영감독을 맡은 영화 ‘병들의 신’, 감독을 맡은 ‘From’, ‘찬란’ 순으로 상영되고, 그 후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순서이다.
각 영화는 30분짜리 단편영화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첫째의 작품이다.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아 재작년부터 촬영한 영화로 원래 계획대로 였으면 작년 12월에 홍대에서 상영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미뤄져 이번에 상영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후원해준 사람들과의 약속을 시간이 지났지만 입대하기 전에 지킬수 있게 된 것이다.

형의 첫 작품 상영하는 뜻깊은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둘째도 군대에서 외박을 나왔다.
첫째는 준비를 위해 먼저 서울영화센터로 이동하면서 우리에게
“일찍 오셔도 할게 없으니 천천히 3시까지 오세요.”라고 당부의 말을 했다.
영화를 보러가기위해 준비하면서도 ‘관계자’라는 단어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침부터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나혼자 ‘감독엄마’라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둘러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고 충무로로 출발!
도착해서 보니 상영관2는 3층에 있다. 나는 화장실. 길버트와 둘째는 음료수를 사고 상영관2에서 보자고 했다.
먼저 도착한 상영관2 앞에는 연극에서 표를 나눠주는 것처럼 책상이 놓여있고, 그곳에서 한 남학생이 영화포스터와 자리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우리가 그곳으로 가니
“감독님 부모님이시지요? 표 여기 있습니다.”라며 친절하게 표를 건네준다.
감독과 특별한 관계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꼭 의전을 받고 있다는 묘한 착각이 들었다.
영화를 상영하려면 그래도 시간이 좀 여유로웠다.
첫째는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며 지인들을 챙기다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를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순간 그냥 뽕~하고 아들에게 반하고 말았다.
집에서 편집하느라 늦은 시간에 야식을 먹던 그 아들이 아닌것 같았다. 입은 옷도 얼굴도 그로인데..
영화관에서는 아들에게 후광이 비춰지면서 뭔가 다른 느낌에 그냥 뿅~하고 내가 낳은 아들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이다.
영화는 집에서 편집을 하는 중간에 보여주어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큰 스크린에서 보니 집에서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았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우선 음향도 좋았고 특히 아들만의 색채가 담겨있는 영상미가 훌륭했다.
아들이 찍은 영상에는 서정적인 감성이 깃들어 있다.
주말 아침에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느낌의 부드러움이 담겨있어 난 아들의 영상을 좋아한다.
그리고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 선택은 탁월하다.
이 모든 것을 느끼며 영화에 흠뻑 젖어들었을 때 불이 켜졌다.

이제부터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다.
스크린 앞에 의자가 준비되고 진행자, 아들, 배우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앞에 앉아서 대화를 할 사람이 아들인데, 떨고 있는건 나다.
아들이 잘할 수 있을까.. 말을 실수하면 어쩌지.. 이런 저런 걱정이 몰려온다.
영화를 본 지인들이 칭찬과 함께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나도 그들과 똑같이 봤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아주 좋은 질문들이였다.
아들은 성실하게 답변을 하였고 가끔은 너스레를 떨면서 편안하게 말을 주고 받았다.
상대방이 예리한 화살을 날렸는데, 그것을 달콤한 솜사탕으로 돌려준 느낌처럼 아들의 말은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능력이 담겨있다. 또한번 아들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이다.
정각 6시에 ‘감독과의 대화’ 순서를 끝으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나는 특별한 관계자로 조금씩 무대로 내려갔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도 처음이지만, 영화가 끝나면 나가기 바쁜 상영관에서 이렇게 오래 남아 있는 것도 처음이다.
또한 감독하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내인생에서 처음이다.
‘멋있다’는 응원의 말과 함께 꽃다발을 전달했다.
아들에게는 이 순간이 대학에 입학하여 3년동안 해왔던 일의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을 텐데…
이 순간, 아들의 기분은 어떨까?
영화를 본 나도 이렇게 벅차오르는데…
아들이 받은 꽃다발을 건네받고 우리는 영화관을 나왔다.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하게해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준 것도 고마운데,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을 하게 해 주어 고마워. 그동안 수고 많았어.
그리고 아들,
이제 편집한다고 늦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되니 야식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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