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다쉬 청자켓(청잠바)

약속장소에 2시간 먼저 도착했다. 약속장소는 대형 쇼핑몰이다. 여느때와 같이 음식점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옷가게에는 구경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 천천히 옷가게를 구경하는데 ‘고별전70%’가 눈에 들어왔다. 직원은 물건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옷 입어봐도 되요?”라고 물어보니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네.”
옛날부터 사고 싶었던 청자켓. 네 종류의 청자켓을 차례대로 입어보고 무표정한 점원에게 물어봤다.
“어느 옷이 잘어울려요?”
“평소에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세요?”라며 되묻는다.
“여성스러운 것보다 중성적인 옷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그럼 왼쪽 옷이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점원이 조언해준 대로 그 옷을 샀다. 계산해보니 60% 할인한 값이다. 70%가 아니여서 좀 그랬지만 원래 가격이 저렴했으니까.. 괜찮아.
이 청자켓의 장점은 요즘 옷과 달리 크롭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짧아서 배꼽에서 너무 멀어진 기장의 옷과는 달리 엉덩이를 훌쩍 가려주는 기장. 보고만 있어도 편안한 기장이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오후에 산 청자켓을 입어봤다. 그리고 길버트에게도, 아들에게도 보여줬다.
“이거 얼마게?”
“3만원”
길버트가 맞췄다.
“어떻게 알았어?”
“3만원이니까 사왔겠지”
맞는 말이다. 3만원이여서 샀다.
청자켓을 입고 밖을 나서는데 문득 엄마의 청자켓이 생각났다.
당신의 생일 때마다 양장점(그 당시에는 기성복보다 양장점이 흔했던 시대였다)에서 옷 한벌을 해 입으셨던 엄마. 유독 좋은 옷을 고집하셨던 엄마가 어느날 문득 사오신 청자켓이 바로 죠다쉬 청자켓이다. 아주 어렸을 적의 기억이지만 청자켓의 디자인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나역시 엄마를 닮아 옷에 관심이 많다) 지금의 남성용 청자켓 디자인처럼 엉덩이를 덮는 기장으로 품도 넉넉하고 천의 두께도 두꺼웠던 죠다쉬. 아마 지금의 남성용 청자켓과 동일한 디자인 일거다. 그 당시 말 그림이 그려져있던 죠다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엄마는 사온 죠다쉬 청자켓을 입으시며
“청자켓 정말 입고 싶었는데, 이제야 입네.”라고 하셨다.
어렸던 나는 그런 엄마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죠다쉬를 입은 엄마가 전혀 이쁘지 않았다.
‘엄마면 엄마처럼 입어야지. 노는 언니들처럼 청자켓이나 입고…’ 그러면서 퉁명스럽게 행동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지금의 나도 청자켓이 이렇게 입고 싶은데..
그때의 엄마는 나보다 훨씬 젊었을 텐데…
엄마. 미안해.
엄마가 되어보니까. 나이가 들어보니까.
그때의 내 행동이 후회가 되.
늦었지만 엄마,
우리 청자켓 같이 입고 놀러가자.
죠다쉬 청자켓. 아직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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