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난징 여행일기1 (아차차)

공휴일인데도 알람이 어김없이 5시 50분에 울렸다. 5월1일이 노동절로 올해 처음으로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길버트만 놀던 오늘이 나역시 쉬는 날이 되었다. 만세!
그런데 아직 업데이트가 안되었는지 공휴일 임에도 알람이 어김없이 울렸다.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오후 12시 30분 출국하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공항이 많이 복잡할 것 같아서 7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공복이면 라운지에서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아서 먹어야 한다.) 남은 짐을 넣고 혼자 있는 첫째가 사용하지 않을 전기의 멀티탭을 끄고, 설거지를 해두고, 전기밥솥의 밥은 냉동실에 소분해서 넣어두었다. 첫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에 간단히 적고, 신용카드와 함께 첫째가 항상 앉는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 자고있는 첫째방을 살며시 열어 첫째를 깨웠다.
“아들, 엄마아빠 이제 출발해.”
“…..”
“아들, 엄마아빠 간다. 잘지내.”
“….”
“아들, 이제 진짜 출발해야 해. 식탁위에 카드 올려놨어. 알뜰하게 써.”
그제서야 부스스 일어난다.
“이제 출발하셔요?”
“어, 좀 일찍 나가려고. 아들 혼자 잘 지낼수 있지?”
“네”
“잘 지내고”
“….”
아직도 잠에서 덜 깬 아들. 그런 아들에게 길버트는 로밍을 부탁한다.
“아들, 가족 로밍 좀 해줘라.”
그것도 출발 직전에.
“네”
다행히 아들이 간단히 로밍을 신청했다. 이제 진짜 출발이다. 다시 인사를 시작한다.
“아들, 혼자 잘 지낼 수 있지?”
“그럼, 잘 지낼 수 있지!” 길버트가 대답한다.
“엄마아빠 다녀올게.”
“네”
여전히 침대에 있는 아들을 꼬옥 안아주고 문을 나섰다. (난 아메리칸 스타일이 좋다. 난 늙어서도 내 가족들은 꼬옥 안아줄거다.)
아들이 현관 앞까지 배웅을 해준다.
“잘 다녀오세요.”
“그래. 밥 잘 챙겨먹고. 카드 알뜰하게 잘 써.”
하며 신발을 신는데, 아차! 내 배낭!
캐리어만 들고 갈 뻔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길버트도 캐리어 뿐이다. 아차! 내 배낭! 우리 둘은 배낭을 챙겨매고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이 ‘쿵’하고 닫히는 순간. 내마음에도 ‘쿵’하고 내려앉는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두고온 기분. 아들을 두고 여행을 가는 것이 처음이여서 어색하고, 미안하고, 같이 못가서 아쉽고.
인천공항까지 차를 가지고 갔다. 이게 공항버스보다 저렴하다며 알뜰하게 계산한 길버트.
주차대행에 차를 맡기고 우리는 발걸음도 가볍게 , 몸도 가볍게 출국장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아차! 내 가방!” 하며 길버트가 차로 되돌아간다. 또한번 배낭가방을 놓고 온 것이다.
비행수속을 위해 안내화면을 보며 항공사를 찾아보는데,
“G네”
길버트가 먼저 찾았다. 그러면서 오른쪽으로 간다. 가는 뒷모습을 보며 천장을 쳐다보니 크게 A라고 적혀있다. 걸어가는 길버트를 불러 세웠다.
“어디가! 저쪽이잖아!”
“아이쿠, 난 아무생각없이 갔네.”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면세점 구경을 위해 손에 들고있는 여권과 항공권을 가방에 넣고 있는데 옆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여권 떨어졌어요.”
아차!
“그러게 옆으로 메는 가방 챙겨오라고 했잖아!”
안그래도 떨어져 있는 여권을 보며 자책을 하고 있는데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해대는 길버트.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젠 길버트도 못 미덥고, 나도 못 미덥다.
어쩔수가 없다.
떠나려는 자리를 여러 번 살펴보는 수밖에.

보딩시간이 12시 5분 이여서 라운지에서 11시 30분에 나섰다. 내 위의 80%만을 채운 내가 기특하다.
식사를 하고 소화를 시키기 위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알람을 맞춰서 돌아다니자는 나의 제안을 길버트가 거절했다. 시간체크를 본인이 한다고.
우리는 5천원 할인권을 준다는 신00면세점으로 갔다. 줄을 서서 할인권을 받았지만, 시간은 벌써 11시 50분. 게이트하고의 거리가 있어서 어쩔수 없이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게이트로 출발했다. 게이트가 맨 끝이라니.. 저 멀리 256 게이트가 보인다. 그때 길버트가 넌지시 말한다.
“공짜 커피 받을 수 있는데, 받으러 갈래?”
“아니, 커피를 두잔이나 마셨는데 뭐하러.”
“다른 음료 되는지 물어볼게. 그럼 다른 음료 먹으면 되잖아.”
“안 먹어도 돼. 기내식도 주잖아. 그냥 가자. 시간 없어.”
“아직 줄 서 있으니까 다녀올게.”
“그럼 다른 음료수로 받아와. 커피는 마셨으니까.”
“알았어.”
다행히 커피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게이트 바로 옆이다. 길버트가 음료를 받으러 줄을 섰고, 동시에 게이트의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버트와 나는 손짓으로 대화를 했다.
나는 손짓으로 “이제 들어가기 시작했어. 그냥 와.”
길버트는 손짓으로 “……(해석되지 않는 손짓)”
나는 다시 손짓으로 “들어가니까 빨리 와.”
길버트는 손짓으로 “…..(해석되지 않는 격한 손짓)”
나는 길버트의 짐과 나의 짐을 끌고 줄을 섰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줄이 점차 줄어드는데 길버트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갑자기 심장이 조여온다. 이제 곧 내 차례다. 여권과 탑승권을 꺼내들고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길버트가 음료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온다. 손에 든 것은 ‘커피’다.
한손엔 커피, 한손에는 캐리어. 그리고 한손에는….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있을 손이 없다.
커피를 들고 있는 손의 손가락에 여권을 끼워주었다. 쩔쩔매며 여권을 보여주는 길버트.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로 들어가며 물었다.
“커피잖아. 다른 음료는 안됬어?”
“어”
“그럼 안 가져오면 됬잖아.”
“그래도. 공짠데.”
“커피 두잔이나 마셨잖아.”
“이건 아이스 커피야.”
“…..(헐)” 

만약 아이들이 그랬다면, 길버트는 뭐라고 했을까?
내 마음이 딱 그 마음이라는것을… 길버트는 알겠지!
내 나이 5학년이 되어보니 다시  질풍노도의 시기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몸과 마음이 이질적이라고나 할까…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몸은 커졌지만 마음이 몸에 맞지않게 여전히 어린 것처럼, 이번엔 마음은 성숙하지만 몸이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여진다.
좀 더 신중해졌지만, 그만큼 느려졌다.
이번 여행이 그런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지만,
‘이제 적응할때도 됬지’ 라는 위안의 말을 나에게 해주었다.
길버트에겐 내가 있고, 나에겐 길버트가 있으니.
‘이제 둘이 마음을 모아 젊은 사람 한명의 몫을 해내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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