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기상.
어제 두잔의 커피로 인해 잠을 뒤척인데다 조깅을 한 후에 조식을 먹고 이동하는 것이 관광지에 늦게 도착할 위험성이 클 것 같다는 길버트의 말대로 새벽5시 조깅은 계획에서 제외시켰다.
새벽6시30분 조식.
국수도 먹고 싶었지만 위에 부담을 적게 주기 위해 식탐을 누르며 식당을 나섰다.
오전 7시20분 오늘의 관광지인 우수산으로 이동
40분 정도 걸리는 것을 예상하면 8시에 도착.
8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니 예약한 표를 받는 시간을 감안해도 넉넉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할까?
우수산 입구부터 교통통제원들의 호르라기 소리, 자동차 경적소리로 뒤엉켜있다. 어제보다 더 많다.
오늘은 단체관광객이 많은지 여기저기 깃발이 나부낀다.
우리는 서둘러 예약한 표를 받고 부처가 계신 궁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로 이동하면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걸어 올라가면 시간도 걸리고 그만큼 사람들이 불어날 것 같아서 버스로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이 끝없이 길게 늘어져 있다. 우리도 그 줄의 꽁무니에 붙어 사람들의 움직임대로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통에 줄이 가끔 흐트러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누군가는 그틈 사이로 줄을 이탈하여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나는 줄이 옮겨지다 보면 그럴수 있으려니 생각만 하고 있는데 길버트는 틈을 이용하는 무리들에 속해서 다른 이들보다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길버트를 따라가느라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비껴가며 앞으로 가야만 했다.
이건 분명 새치기다. 창피함이 몰려온다.
그런데 길버트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틈이 생길때마다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현지인보다 더한 현지인 같다.
덕분에 우리는 버스로 좀 더 빨리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서 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단체관광객 틈에 끼여서 우리도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올라가니 확트인 광장이 나온다. 아.. 이렇게 넓다니… 진짜 넓다.
여기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부처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무리와 함께 부처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우와.. 부처도 크도 사람도 많다. 시간이 지날 수록 어디서 나타나는지 사람들이 점차 불어난다. 아메바가 증식하는 속도로 빠르게.
한참을 돌아보는데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영상을 볼 수 있는 곳에 의자들이 여러개 있어 영상도 볼겸 의자에 앉았다. 주위 사람들도 앉고 나도 앉는데 길버트가 맨 앞줄과 많이 떨어져있는 앞쪽의 의자에 앉으려한다. 저 자리에 앉으면 뒤에있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을텐데.. 설마.. 길버트가 앉겠어… 생각하는데 길버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기에 앉는다. 내가 길버트를 조용히 불렀다.
“(작은 소리로)뒤로 와. 뒤에서 안보이잖아.”
“(전혀 줄이지 않은 소리로)원래 여기 있었어. 앉아도 되.”
“(작은 소리로) 그래도 사람들이 안 보이잖아. 뒤로 와서 앉아.”
“(전혀 줄이지 않은 소리로) 뭐 어때. 여기 있었는데.”
“(작은 소리로) 창피하게.. 여기와서 봐.”
결국엔 길버트는 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영상을 봤다. 현지인보다 더한 현지인 같다.
우리는 서둘러 탑으로 갔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것도 아닌데 자꾸 서두르게 된다. 사람들에게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리라.
탑을 힘들게 올라가 사진 몇 장 찍었을 뿐인데 길버트가 내려가자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검은 무리떼가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우리는 서둘러 탑을 내려와 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와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을 피하면서 걸어야 하는게 많이 피곤했는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힘이 빠진다. 우리는 또다시 ‘서둘러’ 절을 구경하고 여기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지금 여기서 쉬고 있으면 안되.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잖아. 힘든 발을 이끌고 입구로 내려오는데 사람이 사람이 어마어마하다. 여전히 관광버스가 끝없이 들어오고 사람도 끝없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내려온 시각은 오전 11시30분.
이른 시간이지만 우리는 숙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 점심을 간단히 때운 터라 배가 고파왔다.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고고~
5시30분인데도 식당은 사람으로 붐볐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마침 그림이 그려져있는 메뉴판을 보며 베스트 추천 음식을 시켰다.
얼마지나지않아 음식이 나왔는데 어떻게 먹어야할지 궁금해서 길버트에게 물어보라고했다.
길버트가 간단히 물어봤고, 직원은 아주 자세하게 중국어로 설명을 해줬다.
길버트는 현지인처럼 고개를 까닥까닥하며 호응을 하며 함께 웃기까지 한다.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같다.
한참있다 직원이 간 후에 내가 물었다.
“우와! 자기 진짜 중국어 잘하나 보다.. 그걸 다 알아들었어? 어떻게 먹어야 한데?”
“휴우….알아듣는 척 하기도 힘들다… 모르겠어. 그냥 먹자~.”
그 후로도 직원들은 길버트에게 친절하게 꾸준히 ‘중국어’로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에게도 길버트가 외국인이지만 중국어를 잘하는 것으로 오해했나보다. 현지인과 별반 다르지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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